• 대법원이 식물인간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뒤 말기암환자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일선 의사들 사이에서도 존엄사가 화두가 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말기암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사전의료지시서'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사전 지시서 작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서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환자와 가족들의 문의가 약간 늘었다.

    병원측은 전날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이 나온 이후 존엄사에 대한 말기 암환자나 가족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연명치료에 무관심했던 의사들도 존엄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설명회나 연구모임등을 통해 존엄사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존엄사를 화두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존엄사 확정 판결 후 당연히 암환자나 가족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존엄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있다"면서 "이미 일부 연구모임과 의료단체 등에서 존엄사에 대한 강의 요청이 있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연구모임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의료진들은 말기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려면 환자 스스로 정확한 건강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이 같은 의료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허 교수는 "문제는 말기 암환자에게 임종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정확히 전달돼야 의료지시서 작성을 검토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서상 의사가 환자보다는 가족을 통하기 때문에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앞으로 존엄사가 정착되려면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조정실장은 "의사들이 존엄사의 핵심축인 만큼 존엄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의학계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를 아우르는 존엄사 연구모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