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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홍콩법인인 APC 계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측에 송금된 40만 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이 `100만 달러 중 일부'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별도로 건네진 새로운 돈'이라고 못박았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07년 6월 말 "100만 달러를 보내달라"는 노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직원 130여명을 동원해 단 이틀만에 100달러짜리 100장씩 100묶음을 만들어 가방 두 개에 담아 청와대에서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회장 측이 100만 달러를 환전한 기록과 "돈(100만 달러)이 맞는지 세어봤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정연 씨가 받은 40만 달러는 100만 달러의 전달 과정과 확연하게 다르다고 밝혔다.
즉, 정연 씨가 부동산업자의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를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하자 권 여사가 이를 정 전 비서관에 건넸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갖다줬다는 것이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은 "어르신이 갖다주라 했다"며 박 전 회장에게 계좌번호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연 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2007년 5월 이와 별도로 권 여사한테 10만 달러를 받아 5만 달러를 가계약금으로 사용했고 4개월 뒤 계좌이체 방식으로 박 전 회장의 돈 40만 달러를 받아 본계약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같은 이유로 40만 달러를 100만 달러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돈으로 보고 이 금액 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 혐의에 추가할 방침이다.
반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40만 달러는 100만 달러에 포함된 돈이라서 추가 수수로 보면 안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는데 모두 현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40만 달러는 정연씨 측에 송금하기로 약속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박 회장이 국내에서 100만 달러를 모두 전달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권 여사 역시 똑같이 진술했던 것 같다"며 "검찰이 충분히 의심할만한 상황인데 다시 진실을 가린다는 자세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길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또 "권 여사는 장남 건호 씨가 미국에 정착할 경우에 대비해 정연 씨에게 미국 뉴저지주의 집을 알아보게 했고 계약금조로 박 전 회장으로부터 40만 달러를 받아 아파트를 계약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권 여사가 건호씨에게 이런 뜻을 전했으나 건호씨가 `집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식으로 강하게 거부하면서 대학 기숙사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이 밝혀낸 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이 아들 집 사준다며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을 둘러싼 퍼즐은 얼추 맞춰진 셈이다.
국정원이 건호씨가 살만한 집을 물색해 정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던 점, 2007년 6월 100만 달러가 대통령 관저로 전달됐고 비슷한 시점에 권 여사가 미국에 체류 중인 건호씨와 정연씨에게 각각 10만 달러를 송금한 점, 같은 해 9월 40만 달러가 부동산 업자에게 송금된 점 등 160만 달러를 둘러싼 조각을 거의 찾아냈다는 것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