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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극한 대치를 벌이던 여야가 미디어관계법 등을 오는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전격합의하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역할론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여야 대치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연좌농성에 합류해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에서 많이 양보를 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야당도 이제 야당의 안을 갖고 나와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법안처리) 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인데 시기를 정하지 않고 무한정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시기를 못박는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후 여야가 미디어관계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에 극적합의를 이루자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 협상의 흐름을 바꿨다며 '여전한 박근혜 파워'라고 치켜세우는 반면,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었다'며 부정적 시각도 공존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3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에 나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박 전 대표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를 합리화해 주고 뒷받침하는 역할은 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원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는 지난 연말 연초에 MB악법 날치기 강행 시도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근자에 논란이 많은 법안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여야간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한다'고 얘기한 것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고 일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가 원칙없이 그때그때 이해관계에 따라서 입장을 바꾸는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원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어떤 원칙을 갖고 한다기보다는 자기한테 어떤 게 유리한가 이런 것을 보고 판단하지 않았는가 싶다"면서 "청와대 분위기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워낙 강경하니까 아직은 자기가 나설 때가 아니다고 생각해 어느 것이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갖고 따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았다.
민주노동당은 박 전 대표를 향해 "가만히 있다가 민노당 민주당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와서 먹으려는 얌체 정치인"(박승흡 대변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의 역할에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서 "이번에 박 전 대표가 말한 것은 만점짜리 정답이었다"고 극찬했다. "박 전 대표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가졌다기보다는 가장 상식적이고 올바른 안을 아무런 희망과 중재자가 없을 때 제시했기 때문에 그걸 의지해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 역할은 만점"이라는 게 원 의원 주장이다.
원 의원은 "그동안 당내에서는 '친이 친박' 이런 것들도 많았고 '속도전이다'고 말해놓고는 결과적으로 '가장 상식적 이야기를 하는 박 전 대표만 실컷 도와준 것이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원 의원은 "아쉬움이 있다면 이런 것을 진작에 논의해서 진작에 국민 우려를 다뤘어야 했는데 막판에 그런 입장이 나오면서 급물살을 타는 모습 자체가 우리 정치력이 너무나 수준 떨어진다는 점을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역할은 만점"이라고 주장한 원 의원의 생각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공 최고위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나와 '여야 합의도출 일등 공신이 박 전 대표라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지나친 평가"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공 최고위원은 "여야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일등 공신은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라며 "나도 박 전 대표가 농성장에 온 것은 봤지만 그 당시에는 의원들이 급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성장에 있었고, 국회의장과 야당과 테이블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런 말을 했는지도 다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발언 직후, 여권 강경기류에 힘이 실렸고 김형오 국회의장은 박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회동을 한 다음에 방송법을 비롯한 15개 법안 직권상정 입장을 내 놨지 않느냐'는 물음에 공 최고위원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물론 그 어른(박 전 대표)이 많은 당원과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의미에서 정치적 힘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사안에 박 전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단언한 뒤 "홍 원내대표를 위시한 원내대표단과 박 대표, 최고위원단이 부단히 야당과 국회의장과의 회합을 통해서 심야 새벽 낮 회합 많이 가졌고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다"고 전했다.이날 조간신문들도 박 전 대표 역할론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일간지는 "또 확인된 박근혜 위력"(동아)이라며 "박 전 대표 발언은 막판 밀고당기기 협상을 벌이던 여당 지도부와 김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주장했고 "박근혜의 힘인가, 우연의 일치인가"(중앙)라며 박 전 대표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평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