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드 그린(Code Green)'전략이 성공할 경우 한국은 21세기 글로벌 선두국이 될 것이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Hot, Flat and Crowded(한국어판 코드그린)'의 저자이자 미국 시사전문지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녹색혁명을 위한 지구차원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한국은 우수한 인적 자원 및 산업경쟁력을 기반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글로벌코리아 2009' 학술대회의 세번째 세션인 '새로운 발전전략과 녹색성장'에서 "21세기는 녹색혁명을 통해 청정에너지 체제를 구축하고 녹색성장을 달성하는 국가가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코리아 2009'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재편되는 국제질서, 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현재를 '에너지·기후 시대(ECE, energy·climate era) 제 1기'로 규정한 프리드먼은 "세계화와 그로 인한 미국적 소비주의 확산, 그리고 인구증가의 추세는 에너지 수요 증가와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져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에너지 부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한 문제점으로 △ 에너지 및 자연자원에 대한 만성적 초과 수요 △ 독재산유국의 부와 권력의 이동 △ 기후변화 또는 기상이변 △ 에너지 빈곤 문제 △ 생물 다양성 감소 등 다섯가지를 꼽았다.

    프리드먼은 이어 "이를 단순한 위협요인으로 이해해선 안되며 무한한 기회요인으로 인식해야한다"면서 "에너지와 IT간 신융합기술개발과 장기적으로 올바른 '가격 시그널(price signal)'을 통한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화석에너지는 쓰면 쓸 수록 가격이 비싸지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규모의 경제에 의해 갈 수록 경제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드먼은 앞서 지적한 문제들의 '한가지 해결책'으로 "청정에너지 기술(ET, energy technology)을 통한 풍부하고 청정하며 신뢰할 만한 에너지원의 개발"을 제시했다. 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규제보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을 통해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코드그린, 즉 청정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의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자연과 시장이 동시에 한계점에 도달…새로운 성장 추구해야"
    "위기보다 무한 기회로 인식해야…'코드 그린' 전략서 한미는 이미 상호경쟁"

    프리드먼은 세션 발표에 이어 기자회견을 통해 "2008년은 이 세계에 경고성 심장마비가 온 한 해이며 경제학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볼 때 과거에 추구했던 방법으로는 성장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한 해였다"며 "자연과 시장이 동시에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는 경제위기의 상황이기도 하지만 생태학적인 위기이기도 하다"면서 "이제 과거의 성장은 시장의 측면에서나 환경의 측면에서 모두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번 위기를 통해 새로운 규정이나 규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새로운 성장의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프리드먼은 24일 "글로벌 코리아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4개 조건이 필요하다"며 "양질의 사회간접자본, 좋은 교육을 통한 현명하고 협력적인 시민, 민주주의와 좋은 정치행정, 좋은 환경 및 사회 여건을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내가 돌아본 세계 각국에 비해 한국은 아주 좋은 교육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교육의 질도 높은 편"이라며 "한국이 21세기 글로벌 국가를 지향한다면 4개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드 그린' 시대의 한미관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이미 상호 경쟁하는 수준의 나라"라고 정의했다. 프리드먼은 "한미양국이 동맹이라고 해서 굳이 코드 그린 전략에서도 협력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기 보다 시선을 인도나 중국 등 서쪽으로 돌려 큰 시장을 겨냥해나가야한다. 한국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큰 시장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바 있는 프리드먼은 "이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전략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놀랐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해 한국이 21세기 지구경쟁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인데 일본과 대만은 이명박 정부의 발빠른 변화에 놀라움을 표하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MB "녹색, 가야만하고 갈 수밖에 없는 유일한 살 길"
    프리드먼 "한국, 천연자원없어 오히려 축복…'머릿속 석유'는 사라지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을 약 1시간 동안 접견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접견 주요 발언.

    ◇ 이 대통령 : 녹색성장은 석유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야만 하고 갈 수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살길이다.

    ◆ 프리드먼 : IT에 이어 풍부하고 안전하며 값싼 새로운 에너지 기술 ET가 다음 경제의 승부를 가를 것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등 전 세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이 대통령 : 한국은 산업화 과정도 늦었고 IT기술은 앞서 갔지만 원천기술은 갖기 못했다. 신재생 에너지분야 등 ET분야는 R&D 투자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정부가 나서려 한다. 녹색성장과 녹색기술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기여할 것이다.

    ◆ 프리드먼 :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점이 오히려 축복이 될 것이다. 모든 재원이 두뇌 속에 있어서 혁신적인 환경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 이번에 인천공항에 와보니 두바이 공항과 마찬가지로 최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놀랐다. 그러나 두바이와 분명한 차이는, 두바이는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을 개발해 세운 것이고 한국은 사람의 지식을 통해 얻은 부로 세웠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원이 없지만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 '머릿속의 석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도전이자 성취가 될 것이다. 한국은 빈곤한 자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녹색기술에 투자하면 세계를 선도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금의 한국에 가장 적합한 비전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 리더들이 이해한다는 것과 이 대통령이 실제 느끼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아시아의 녹색 허브를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아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국경제의 상대적인 이점은 자동차와 건설 분야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속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건설분야에서도 그린 빌딩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것으로 본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2050년쯤 되면 2억에서 3억명의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할 것이다. 이때 어떤 건물에서 사는지가 중요한 경제적 문제가 될 것이다. 이들 나라에 맞춘 규모의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의 녹색도시 기술이 중국과 인도에서 통용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것이다.

    에너지 수급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10년마다 10억명의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은 이를 훨씬 앞지르는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36년 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하나씩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정도다. 여기 와서 보니, 한국의 자동차와 건설, 그리고 원자력을 포함한 녹색성장의 저력이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진전돼 있어 인상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취임직전 식사를 같이 하면서 '녹색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세를 감소시키는 대신 탄소세를 높이는 세금의 이동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비 높은 자동차를 만들라고 하면서 유류세는 올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오바마 신정부의) 녹색성장이 당근만 있고 채찍이 없으면 효과가 한계가 있다. (한국이) 기후변화 국제협의는 물론 기술과 산업 안보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폭넓게 협력관계를 설정해 한미양국 그린혁명의 새로운 번영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한편 학술발표에서 프리드먼에 이어 세션 발표에 나선 노부오 타나카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청정에너지뉴딜(clean energy new deal)에 대한 투자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녹색뉴딜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며,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주도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토론에서 "최근 국제 금융위기와 저유가 추세로 녹색성장에 대한 투자감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 위기의 조기극복을 위해서도 바로 지금이 녹색성장에 투자할 적기라고 판단된다"며 "이 대통령이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발표한 후 녹색성장은 한국의 최고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의 83%가 화석연료로 집중되어 있는 등 에너지 안보가 취약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의 95%가 에너지와 산업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진단한 뒤 "에너지 부문에서 2030년까지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최대한 수요를 억제하고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 등을 고려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실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