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순훈씨 공모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대우전자 회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이 공모 절차를 거쳐 3년 임기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21일 임명돼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부 소속기관장인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일반 행정직과는 다르나 굳이 비교한다면 실장급(1급) 공무원에 해당돼 장관 출신의 발탁은 '파격'인 셈이다. 

    더구나 서울대 공대를 나와 매사추세츠 공대(MIT) 박사학위를 받고 카이스트 교수를 거쳐 대우전자 사장과 회장을 역임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지금껏 미술계 사람들의 자리로 인식돼온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뽑은 것도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만하다.

    문화부 관계자는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국립현대미술관도 CEO형 관장을 영입해 운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군 기무사령부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터여서 CEO 출신인 배 전 장관의 임명은 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 신임 관장이 유망벤처기업 발굴과 투자를 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밀레니엄엔젤클럽의 초대 회장, 미래온라인 회장,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직책을 경험한 점도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며 미술계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장관까지 역임한 분이 스스로 정부부처 소속기관장으로 온 것은 과감한 선택일 뿐 아니라 이례적인 일"이라며 "정치·경제 분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접받아온 문화계에 비중 있는 인사가 자청해 온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배 전 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응모할 때 지금껏 받고 누려온 것을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나 명예를 얻는다거나 미술분야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봉사의 차원에서 직급 등을 따지지 않고 관장직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정부 소속 기관장이나 단체장 임명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인사' 논란과 보수-진보 진영간 이념적 갈등이 있었으나 배 전 장관의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을 계기로 이러한 '인사 문화'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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