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2008년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을 회고하면 후회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고 평가한 뒤 "발전하는 조직은 어려움 속에서 배우는 조직이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심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담대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해 새해 첫 날부터 나서야 할 정부 조직의 사기를 높이고 동시에 중단없는 경제살리기와 선진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자기가 맡고 있는 행정 분야와 현안에만 몰두하지 말고 항상 고개를 들고 바깥을 봐야한다"며 "좀 더 투철한 사명감과 의식을 갖고 전도사 역할을 해줘야한다. 그래야 공직사회가 따라온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새해를 앞두고 워크숍도 한번 갖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밝힌 국무위원들의 한 해를 보내는 소회에는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촛불시위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촛불시위 때 백여일간 동분서주했는데 그래도 잘 극복됐다"고 말했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쇠고기 파동 때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면서 "경제위기를 대한민국이 가장 잘,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러가지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다"고 간단히 밝혔으며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역시 신뢰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진작을 위한 감세정책과 재정 지출을 언급하며 "과거 호조판서를 포함해 역대 모든 재무 책임자 중 내가 가장 많이 돈을 써본 사람일 것"이라면서 "원없이 돈을 써본 한 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오랜 교수생활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게 습관이었다"며 "아침회의와 조찬 때문에 아직도 잠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얼리버드' 피로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나온 각 부처 장관들의 연말 소회

    ◇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오랜 교수생활하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습관이었는데 국무회의 하면서 아침 회의와 조찬 때문에 일찍 일어나 아직도 잠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서너 달 지나서 익숙해졌지만 쉽지 않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 출입기자단과 송년회를 했다. 그 중 한 분이 18년 기자생활을 했는데 지난 17년간 쓴 것보다 올해 기사를 더 썼다고 할 만큼 일이 많았다. 과거 왕조시대에 호조판서를 포함해 역대 모든 재무 책임자중 가장 많이 돈을 써본 사람일 것이다. 원 없이 돈을 써봤다. 원 없이 돈을 써본 한 해였다.

    ◇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 올해 거의 매달 한 번 꼴로 이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정상회담을 했는데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정상외교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내년에도 아마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 국무위원으로서 초기에 워크숍 같은 것도 하고 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자기부서 소관이 아닌 다른 부서 얘기까지도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 한승수 국무총리 = 과거에는 정상이 외국에 나가면 조마조마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 대통령이 워낙 대외관계 일을 잘 하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다.

    ◇ 김경한 법무부 장관 = 그래도 과거보다 집단행동이 많이 자제되고 노사문제도 어느 때보다 상당히 안정된 편이었다. 물론 촛불시위때 한 백 여 일간 동분서주했는데 그래도 잘 극복이 됐다. 우리가 경제위기 속에서 상당히 박진감 있게 효율적 대처를 해서 국민이 상당히 호응하고 있는데 이런 대처를 진작에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성을 한다. 새해에는 더 필사즉생의 각오로 한목소리로 단결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자기모양 갖추기나 좌고우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 김하중 통일부 장관 = 남북관계가 북이 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나만 유일하게 상대가 없는 국무위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실용적 입장을 고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반드시 내년에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

    ◇ 이상희 국방부 장관 = 6.25전쟁, 군의 정치개입, 이념갈등까지 군 조직 60년 역사의 침전물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침전물을 극복하는 그런 한 해였다. 어쨌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 기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고로 인해서 부끄럽고 착잡한 한 해였다.

    ◇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정 틀을 유지하면서 내년을 앞두고 속도전을 펴고 있다. 녹색성장과 미래성장동력 비전도 제시하고 비대한 군살을 제거하는 등 여러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안팎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지만 의미있는 시책은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 쇠고기 파동 때 우울증에 걸릴 뻔 했다. 경제위기를 대한민국이 가장 잘, 그리고 가장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업무보고를 앞당겨서 속도전을 펴고 있는데 내년에 이런 것이 행동으로 보여져야 할 것 같다. 

    ◇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 과거에는 장관이 1년에 대통령 보고를 몇 번 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수시로 보고하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말 일하기 쉬워졌다.

    ◇ 이만의 환경부 장관 = 나도 공직생활 삼십여 년을 했는데 올해가 가장 열심히 뛰었던 해였던 것 같다. 이 대통령과 한 총리가 앞장선 것이 국민 신뢰제고에 아주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어디가서 누구와 만나 얘기하더라도 국정 전 분야에 대해서 자신감있게 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여러 가지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다.

    ◇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역시 신뢰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절감할 수 있었고 멜라민, 쌀 직불금 등을 거치면서 더욱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국민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지난번 이 대통령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갔던 것은 국민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   

    ◇ 이영희 노동부 장관 = 현재 노사 분규가 3건 밖에 안 남았는데 예년보다 분규가 빨리 타결된 것은 비정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내년에도 기조를 유지하겠다.

    ◇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 해외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대응하면 헤쳐나갈 수 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내년 1월 1일이 새 출발점이라는 각오로 뛰자.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해서 이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말고 힘이 되는 각료가 되자.

    ◇ 전광우 금융위원장장 = 올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45개국 주식시장 가운데 우리가 10위 성적을 올렸다. 시장 패닉상태는 상당히 진정됐고, 내년은 소의 해 기축년이다. 영어로 불(Bull)이니까 시장도 활성화 될 것이다.

    ◇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 보람은 기업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정책을 바로잡은 것이고, 아쉬운 것은 아직도 좀 새 정부의 정책을 이념화, 정치화해서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이 좀 안타깝다.

    ◇ 양건 국민권익위원장 =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예산 낭비가 많다고 느꼈다. 부처이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국정에는 작은 일, 큰 일이 없더라. 작은 일이 큰 일로 비화하기도 하지만 세심하고 치밀하게 해야 한다. 권익위원회는 기업으로 치면 애프터서비스다.

    ◇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 자율토론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 정정길 대통령실장 = 민주화, 산업화 압축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가 결국 분출하면서 사회 전반에 불신 풍조가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약간의 잘못된 실수나 틈이 크게 확산되거나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의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아가면서, 또 중심을 잡고 사태를 미리 예견해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