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계와 정부의 잇따른 갈등 이후 추진되고 있는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이 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종교간 갈등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 불자의원 모임 ‘연등회’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9일 ‘공무원종교중립법의 필요성과 가능성’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종교계 인사와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전례없는 종교편향 논란으로 국민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종교적 중립을 견지해야 할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적 행태를 반복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상황은 없어야 되고 '종교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종교편향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박광서 교수(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는 “다종교 사회에서 자신의 종교 신념만큼이나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이 중요함에도 현실에서는 종교가 ‘분열과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여론조사 결과 국민 3명중에 2명이 종교차별 방지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직자가 종교행위가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느 헌법학자의 말을 인용해 “공직자가 자신의 종교 신념(공권력 남용) 때문에 특정 종교인을 불편하게 하거나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2등 시민 취급을 하는 등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공직자 종교중립법을 추진하고, 공공 영역에서 종교중립 제도와 의식을 뿌리내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발표했다.

    김형남 변호사는 ‘현 시점의 종교차별행위들의 법리적 검토와 제도적 극복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행 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종교차별 행위를 시정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복무규정’은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적용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률제정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조욱종 신부(천주교 부산교구)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다종교인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차별 갈등 양상은 ‘종교근본주의’에 바탕을 둔 ‘성시화 운동’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법제화는 기본”이며, “개신교의 진보와 보수 각 교파가 토론을 통해서 스스로 ‘성시화운동’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한 김상근 교수(연세대 신학과)는 “한기총에서 입법 반대를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적 영역인 종교를 공적 영역이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종교간의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무원종교중립법’ 입법을 둘러 싼 불교계와 개신교계의 입장차가 분명히 드러나면서 공직자 종교편향으로 촉발된 정부-불교계의 대립이 여러 종교계와 정치·사회세력 간의 갈등으로 확산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