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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70여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소위 ‘이명박 대세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2002년 대선 패배 원인으로 지적됐던 ‘이회창 대세론’과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또 대통합민주신당의 ‘지리멸렬한’ 경선 과정이 ‘이명박 대세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
그러나 당내외에서는 ‘대세론’이 결국 이 후보에게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 개인 인기에만 기댄 ‘대세론’에 안주해 자칫 ‘2002년 대선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벌써부터 당은 없고 후보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광고대행사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한나라당 후보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24.7%에 불과했다. 반면 ‘이 후보 개인 능력과 역량 때문’이라는 응답은 74.1%에 달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개혁적 이미지에 맞춰 한나라당의 수구․보수 이미지를 탈색해야 한다”고 분석했지만 거꾸로 당은 없고 후보만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범여권 후보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나와도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절대적 지지층이 24.7% 밖에 안된다는 것으로 한나라당 전통지지층이 이 후보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모습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또 통합신당 경선이 각종 구태로 얼룩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타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50%선까지 붕괴됐다.
특히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정 전 의장은 이 후보를 치고 올라와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통합신당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 후보에게 가 있던 범여권 지지자들이 빠져나가 뭉친 결과다. 이 후보는 역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중 호남에서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결국 호남 표심으로 대표되는 범여권 전통지지층은 대선 막판에 가면 한나라당이 아닌 범여권을 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최근 외연 확대를 강조하면서 호남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인사에 신경 쓰고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중도 세력을 공략하고 있는 이 후보의 전략이 역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인 영남과 보수층의 결속력 저하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가 아무리 외연확대에 힘을 기울여도 ‘집토끼’를 놓친 다음에는 아무 소용없기에 집안 단속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도 서울, 경기, 호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근혜 전 대표에게 졌다. 특히 한나라당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는 더블 스코어 차로 패했다. 한나라당 전통지지층은 이 후보 보다 박 전 대표를 더 선호했다는 증거로 ‘집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 전 대표가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직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선 기간 동안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얼마나 손발을 맞추느냐가 ‘집토끼 사수’의 관건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대세론’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투표율 제고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어차피 이명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식들이 퍼지면서 정작 선거 당일에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대로는 안된다’는 범여권의 위기의식은 그들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는 ‘결속 효과’를 가져와 그동안의 대선 판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당내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호남이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준 반면 영남지역은 이회창 후보와 노 후보에게 표를 나눠줘 패배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이에따라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기권방지운동’ 등을 통해 집토끼들의 투표율 제고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대선에서 이 후보가 승리한다하더라도 압도적 승리와 간발의 승리는 대통령이 된후 국정운영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기권방지운동'은 한나라당은 물론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우파진영에 중요한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43.7%(5일 SBS여론조사)까지 치솟았으며 앞으로도 남북총리회담, 남북국방장관회담 등 범여권이 주도할 수 있는 대북 관련 이슈들이 줄줄이 남아있다. 변수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집토끼’들을 결속시키고 ‘산토끼’까지 사냥해 대세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