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10·4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4일 남북 정상들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인정한다면서도 “핵심적 사항은 선언적 내용에 그치거나 지엽적으로 다뤄져 유감”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법률·제도적 장치 정비’를 언급한 부분을 “국가보안법 폐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으로 형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의식한 듯 “남북경협과 관련한 합의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한나라당의 ‘비핵개방 3000구상’ 및 ‘신한반도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며 “한나라당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박형준 대변인)고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재섭 "북핵 폐기 등 선언적, 지엽적으로 다뤄져 유감"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평양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발표되자마자 국회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논의한 뒤 “한반도 평화와 안보, 분단고통해소라는 점에서 미흡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박형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진전을 가져오길 기대한다”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핵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나 확실한 의지 표명이 당사자인 남북 정상 간에 없었던 것은 매우 아쉽다. 핵 폐기 없는 성급한 종전 선언 추진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회의에서 “남북 정상이 오랜만에 만나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하고 많은 합의를 한 것은 일단 한나라당으로서도 인정한다”고 말한 뒤 곧이어 내용면에서 부족한 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번 남북공동선언은 2000년 6.15선언에 비해 대여섯 배 분량의 이례적 장문으로 발표됐다”며 “그러나 대다수 국민이 염원했던 북핵 폐기 문제, 분단 고통 해소 문제, 군사적 신뢰 구축 등 핵심적 사항은 선언적 내용에 그치거나 지엽적으로 다뤄져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온 세계의 관심사인 북핵 폐기 문제에 대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선언문에) 김정일의 핵폐기 의지가 담겨 있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낮은 단계 연방제 등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6.15공동선언은 고수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법률 정비 사항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며 “서해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은 행여 NLL(북방한계선) 무력화를 우회하려는 편법 아닌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핵 폐기, 납북자 송환, 군사적 신뢰 구축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거의 없다”며 “우리가 지원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수조원의 국민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국회의 동의를 충분히 받아야 한다. 도와주더라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법률·제도적 장치 정비는 국보법 폐지하겠다는 거냐"
‘남북정상회담 TF’팀 단장을 맡았던 정형근 최고위원은 “한반도 전쟁 반대, 불가침에 합의한 것은 환영한다”고 했지만 이어 “핵심 의제인 북핵에 대해 양 정상이 당사자임에도 명확한 (핵폐기) 의지나 구체적인 합의 없이 6자회담으로 미룬 것은 아쉽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는 NLL을 상호 인정한 바탕에서 추진된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핵 폐기 없는 조기 종전 선언 추진도 부적절 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 우리가 당사자인데 3자 또는 4자라고 하면 대한민국은 제외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국군포로 납북자 등 인도적인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전면적인 해결 위한 돌파구를 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북한까지 가서 손에 쥔 것 없이 돌아온 것으로 분단고통 해소에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선언문) 2항을 보면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법률·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기로 한 부분이 결국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 부분에 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선박이 해주 직항로를 통과하고 한강 하구를 공동 이용한다고 했는데 서울이 코앞에 있는 한강 하구를 어떻게 공동 이용하겠다는 것이냐”며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NLL과 연계해서 상당히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 이용하고 개보수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모두 북한에 있는 것인데 어떻게 공동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냐”며 “개보수 비용을 대한민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약속한 것 아니냐.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협력이라든지 북한에 주는 것은 많은데 과연 받은 것은 무엇인지, 이 부분에 회의가 든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에서 보충해서 밝혀주길 바란다”고 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