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10일 북한 핵 불능화를 전제로 남북경제공동체 협력협정 체결 등을 골자로 한 ‘신한반도 구상’을 밝혔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거론된 한미정상회담 이후 ‘평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은 ‘비핵·개방3000구상’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대북지원을 투자 개념으로 접근,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룬 뒤 ‘동북아 공동체’ 구축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 후보의 외교안보 구상의 기저에는 경제 개념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글로벌 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연내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고 내년도에 본격적인 핵폐기 단계에 진입한다면 내년 초 발족하는 한국의 차기정부는 비핵·개방3000구상의 실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며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비핵·개방3000’구상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경제·교육·재정·인프라·복지 등 5대 분야의 포괄적 패키지 지원을 통해 10년 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일방적 지원이 아닌 투자 개념의 대북지원이 중심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남북경협의 활성화, 투자.무역의 편리화, 남북교역의 자유화 등의 내용을 담은 ‘남북 경제공동체 협력협정’(KECCA)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끝으로 ‘동북아공동체’는 동북아경제협력에서 시작된다”며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및 자원 개발을 위해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자원이 합쳐져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는 북핵문제와 상관없이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해야 한다”며 홍수 조절을 위한 치수 사업, 산림녹화를 위한 식수 사업, 식량난해소 의료지원 등을 위한 ‘인도적 협력 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일방적 경제지원을 발표하기보다는 핵문제 해결과 북한의 실질적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적인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며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등의 인도적 문제에 있어 진전이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설 이후 차기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에 “가시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실용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장사정포를 (군사분계선) 뒤로 물린다든가 양쪽 군대를 줄인다든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정권) 가장 오래, 대를 이어 집권하는 특이한 체제”

    한편 이 후보는 연설 뒤 김정일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6자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 6자회담과 정상회담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김정일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하고 대를 이어 집권하고 있는 특이한 체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국가 경영 실적을 평해달라는 요청에 “어려운 질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또 고발당하기 때문에…”라며 농을 건넨 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해진 결과를 가져왔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서민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지역.세대.이념 갈등 등 갈등을 심화시켰다. 남북이 분단된 나라에서 남남 갈등을 일으켰다”고 혹평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6자회담 멤버로 있지만 납북자 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과거 역사 문제를 청산하는데 인색하다. 미 의회에서 통과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응도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