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화합의 분수령이 될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확정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도 ‘화합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경선 과정에서 쌓인 양 진영의 앙금이 씻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는 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상임위별 의원 ‘순례’를 시작했다. 표면상으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들의 활동을 격려하는 차원”으로 마련된 자리지만 각 상임위별로 포진해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에 비중을 더 두는 모습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여러 상임위에 경선 과정에서 양 캠프로 갈려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한 자리에서 함께 대화를 나눔으로서 당 화합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찬을 통해 양 진영이 ‘화합’으로 한 발짝 다가섰는지는 의문이다. 박 대변인은 “점심식사가 아주 화기애애했다”고 전했지만 박 전 대표 측이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실현 가능성을 질문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오찬에는 박 전 대표 측 안홍준(환노위) 김병호·문희(보복위)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환노위 소속인 박 전 대표와 한선교 의원은 불참했다.

    안 의원(환노위)은 대운하 문제와 관련, “준설문제가 과연 원활하게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안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 경남선대위 본부장을 맡았었다. 안 의원의 ‘간단한 질문’에 비해 이 후보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현재 준설 기술이 대단히 발전해 있기 때문에 소위 서킹 방식으로 준설하면 물이 전혀 흐려지지 않고 준설할 수 있다”며 “세계 선진 강 관리 기술이 이 준설기술과 밀접하게 연관 돼 있기에 준설에 대한 우려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어 “토목기술이라고 하면 70년대식 토목기술만 생각해서 과거 산업화 시대의 기술만 생각하는데 오늘의 토목기술이야말로 최첨단 기술”이라며 “최첨단 기술을 건축이나 토목 쪽으로 가장 빨리 흡수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좀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 내내 박 전 대표 측은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19세기식 토목공사”로 평가절하하며 공격했었다.

    이 후보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항상 반대를 하는데, 처음에는 상상이 안되기 때문에 반대를 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실행하고 현장을 보면 반대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다”며 “운하도 그것을 전체로만 생각해서 그렇지 각 강을 깨끗하게 하고 과거 뱃길이 다니던 것을 복원하고 그것을 통해 친환경적인 주변 여건을 만드는 다목적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운하)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 된다는 것을 현실로 인식하고 보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국민들이 더 해야 된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환노위원장 홍준표 의원은 “환노위에서 여당이 대운하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회는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평가, 비판하는 곳이지 대선후보의 공약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헌법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선대본부 중심 체제로 나가겠다는 이 후보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광역권 선대본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