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은 20일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출된 것과 관련, “오히려 더 잘 됐다”는 반응을 내보이면서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다. 마치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기만 하면 연말 대선 승리가 보장이라도 된 듯 과도하게 반응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런 반응은 범여권 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 후보의 선출로 (연말 대선이) 더 어려워졌다"는 속내와 무관치 않은 모습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후보 관련 모든 의혹은 아직 살아있다”며 본격적인 ‘이 후보 관련 의혹 파헤치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측 대변인 우상호 의원도 “한나라당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이 후보 관련 의혹을 기억하고 있다”며 “경선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실체를 철저히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 후보가 낡고 부패한 후보라면 손학규 전 지사는 깨끗한 후보다. 냉전적 사고 방식과 평화 의지도 분명히 대비된다”며 “손 전 지사는 앞으로 강력한 자세로 대선 승리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더 쉽다”며 “그간은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로, 이 후보가 뭘해도 노무현 대통령 보다는 낫다는 식이었는데, 이 후보 대 손학규 구도가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도 이 후보 선출 관련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은 어제의 ‘전과자’, 오늘의 ‘거짓말쟁이’, 내일의 ‘범법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악의 선택이며 결국 한나라당은 지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정 전 의장은 “낡고 부패한 이 후보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면서 “땅을 파고 운하를 만드는 삽질로는 평화도, 경제도 오지 않는다. 저는 ‘삽질’이 아닌, ‘삶의 질’을 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이번 대선은 개성공단 후보와 청계천 후보의 한판 대결이자, 대륙철도 후보와 대운하 후보간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측의 핵심 민병두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후보”라며 범여권 상대 후보로서의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그간 이 후보 관련 의혹이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관용이 이뤄졌는데 앞으론 새로운 의혹이 생기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 후보 선출로, 과거 민주 대 반민주 대결구도에서 평화·경제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면서 “평화 전선은 범여권이 앞도적으로 우위에 있고, 경제 전선에서도 개성공단 등의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해찬 전 총리측도 “이제 이 후보는 경선 후보가 아닌 공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됐다”며 “이 후보는 각종 땅투기와 관련된 불법․탈법 의혹의 진원으로서 경선기간중 제기된 모든 의혹이 보다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함은 물론 본인도 공당의 후보로서 보다 책임 있고 진실한 해명으로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측 대변인 양승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구냉전 대 평화개혁’ 구도가 됐다”며 “특히 최근 남북관계의 평화무드로의 전환분위기에서도 이 후보는 맞지 않다. 이 전 총리가 이런 측면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면서 이 후보와의 대결에서의 이 전 총리 우위 구도를 역설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개발독재식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를 뛰어넘는 개혁적인 비전과 정책으로 이 후보를 꺾고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했다. 신기남 전 열린당 의장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 후보가 이기고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했다”며 “훨씬 강도 높은 검증이 펼쳐질 본선에서는 지금과 같은 태도로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며 이 후보의 관련 의혹에 초점을 맞췄다.

    일단 범여권은 이 후보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에 대해 일제히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 “더 어려워 졌다”는 식의 당황함도 엿보이고 있다. 혹시나 하며 내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출을 기대했었는데, 이 후보가 선출됨으로 인해 당장 연말 대선 전선자체가 애매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의 경우 강한 이념적 성향 탓에 범여권과 ‘보수 대 진보’의 명확한 전선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 후보의 경우 지지층 상당수에 개혁·중산층이 포함돼 있는 만큼 명확한 전선 형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의 선출로 인해 한나라당 내 이탈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박 대표의 지지층이 강경 보수층인데, 경선에서 탈락했다고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범여권을 지지하겠느냐. (대선이)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