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밤 KBS 주최로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간 마지막 TV합동토론회가 열렸다. 19일 경선 전 마지막 토론회였기 때문에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는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격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두 주자 모두 언성을 높이진 않았지만 짚어야 할 대상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으며 두 주자 모두 상대방의 공격을 감정적으로 받아치는 등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박 전 대표는 BBK 사건과 위장전입, 세금 및 건강보험료 미납 등을 모두 거론하며 이 전 시장의 도덕성을 흠집 냈고 그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공략하며 '경제대통령' 이미지에도 타격을 가했다. 박 전 대표 측의 후보사퇴 주장에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TV토론회 전에 사과해라"고 요구한 이 전 시장 역시 물러서지 않았고 박 전 대표의 '탈당'전력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장면1 = '이명박 BBK사건 연루 의혹' 박 전 대표는 상호토론 첫 질문부터 'BBK사건'을 언급하며 이 전 시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박 전 대표는 "현대건설을 그만 둔 후 이 전 시장 본인이 직접 차린 회사가 1년 만에 망했다" "21세기 경제를 살린다고 이 전 시장이 내놓은 정책이 거의 토목공사다"며 이 전 시장의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집중 공략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네거티브다" "팩트를 잘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적어준대로 말하는 것 같다"고 불쾌함을 드러내며 "나와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박 "이 전 시장은 기업인 경력을 내세워 '경제대통령'을 주장한다. 그런데 현대건설을 그만 둔 후 이 전 시장 본인이 직접 차린 회사는 1년 만에 망했다. 유일하게 직접 사업한 게 망했고 동업했던 김경준씨(BBK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많은 (이 전 시장이 차린 회사에서) 투자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주가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냐"
이 "역시 네거티브다. 나는 기업인으로서 성공했다고 자신하지는 않는다. 국내외에서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시장 하면서도 서울 시민들에게 평가를 받았다. 사실과 조금 다르다. 투자자들이 많은 손해를 받았다는 회사는 김경준이라는 사람의 별개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는 LKe뱅크인데 설립하다가 문제가 있어서 중단했다. BBK는 법적으로 모든 면에서 나와 관계없다고 검찰, 법무부 장관, 금융감독원이 국회에서 진술했다. 관계없다"
박 "김경준씨가 9월에 (한국에) 와서 밝힌다니 들어보겠지만 김씨는 BBK 관련 투자 유치 모두를 이 전 시장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LKe뱅크는 BBK 지분 100%를 가진 지주회사로 이 전 시장이 회사 자금 운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이 깊이 개입했고 자신은 이 전 시장 아래서 일했다는 얘기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경제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 시장은 21세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거의 토목공사다.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의 건의, 어떻게 경제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
이 "(박 전 대표가)사실, 팩트를 잘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적어준대로 말하는 것 같다. BBK의 삼성생명 투자유치는 내가 외국에 있을 때였다. 나와 관련 없다. 모든 것은 그 사람의 과거 삶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많은 세계지도자, 기업지도자, 정치지도자의 나에 대한 평가는 그렇지 않다. 박 전 대표만 꼭 그렇게 평가 하더라. 김경준은 국내에 꼭 들어와야 한다. 원하고 있다"
◇장면2 = '박근혜 탈당 전력 논란' 이 전 시장은 이번 TV토론에서도 박 전 대표의 탈당전력을 문제 삼았다. 이 전 시장은 탈당 후 '경선불복' 이미지가 강한 이인제 의원과의 연대설로 박 전 대표를 공격했고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전력을 거론하며 "한나라당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반격했다.
이 "박 전 대표는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 그때 이인제 의원과 연대설이 있었다고 지난 11일 TV토론에서 말했을 때 그런 일 없다고 얘기했다. 그렇지 않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는데 박 전 대표가 착각한 것 아니냐"
박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자꾸하는지 이해 안된다. 당을 떠난 문제에 대해 세 번째 질문하는 것 보니 이것이 아마 나의 최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전 시장이 탈당 말할 자격을 갖고 있느냐. 이 전 시장이야말로 한나라당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혔다. 1996년 15대 총선 이후 범인 도피 혐의 등 선거법 위반으로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한나라당 이미지를 얼마나 손상시켰느냐. 한나라당이 그런 잘못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을 내가 당 대표 돼서 누구보다 깨끗한 정당 만들었다"
이 "거짓말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 박 전 대표가 미래연합 창당할 때 한 KBS 인터뷰에 육성으로 나온다.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똑같이 이야기 했다. 박 전 대표가 이인제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위해 일한 것 잘 안다. 나도 서울시장 하면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지지율 올렸다. 2002년 일이니까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지도자의 정직성 문제다"
박 "나는 항상 이념과 노선이 같은 사람끼리 하는 것이 정당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런 생각 변함없다. 이인제와 당시 그런 일이 이뤄진 것도 없다. 당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이념과 노선이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실천된 것 없다"
◇ 장면 3 = '운하 논란'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공략하며 이 전 시장의 대표브랜드인 '경제대통령'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고 했다. 이 전 시장 경제공약이 사실상 '운하'가 전부고 '운하'추진 여부에 대해 이 전 시장 스스로가 확답을 하지 못하는 만큼 이 전 시장의 경제공약은 결국 허구라는 논리다. 이 전 시장은 "어느 정권이든 운하는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약은 운하만 있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박 "경부운하로 물류개선, 수질개선, 지구온난화 모두 운하로 한다. 새만금도 운하가 한다. 운하로는 안되는 게 없는 만병통치약이다. 이 전 시장 말대로 민자로 할지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이 전 시장의 정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운하가 안 되면 무엇으로 할 것이냐?"
이 "운하의 효과를 이야기한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호남운하도 있고 경부운하도 있고 경인운하도 있다. 운하에는 관련된 모든 산업이 발전한다. 운하가 되면 그 지역에 관련된 전 국토에 영향을 미치고 환경도 살리고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경제공약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 경제정책의 가장 큰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줄푸세'(정부 규모는 줄이고, 각종 기업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우자)를 공격했다.
이 "박 전 대표가 줄푸세를 주장하는데 이것은 역대 정권 누구나 다 주장하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어느 정권이든 해야 하고 나도 공약에 들어가 있다. 나는 이름은 안 붙였다. (박 전 대표가)내 공약을 제대로 파악 못했고 내가 후보가 되면 종합적 공약을 제시하겠다."
박 "줄푸세는 사실 태양 아래 새로운 게 아니다. 모든 선진국이 경제를 살릴 때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원칙을 갖고 실천하느냐가 문제다. 나는 줄푸세를 가다듬고 구체적 실행방안까지 마련하고 있고 거기에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표는 다시 운하를 공격했다.박 "경부운하는 민자사업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다가 또 어떤 때는 추진할 기업이 많다고 한다.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겠다."
이 "하겠다, 안하겠다는 게 아니고 하는 방법을 얘기했다. 민자로 하겠다고 했고 민간이 참여하는 만큼 일에 대한 방법을 얘기한 것이다. 국민에게 더 홍보해서 국민적 지지를 받아 틀림없이 하게 될 것이다. 운하는 누가 되든 해야 한다."
이 전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추진할 때도 반대가 더 많았다면서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이 "박 전 대표도 알다시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나도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다. 내가 청계천을 복원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국가백년대계는 반대가 있어도 설득을 시키고 이해를 구해서 추진해야 한다."
박 "민자사업이라도 세금이 한 푼도 안 드는 게 아니다. 사업자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세금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이 운하는 적자사업이라고 평가한다. 적자가 나면어떻게 할 것인가. 세금으로 메울 것인가. 다른 대안이 있는가. 이해를 구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것은 운하가 이 전 시장의 최대공약이기 때문에 이것이 빠지면 경제공약도 없는 것인데 어떨 때는 한다고 했다가 어떨 때는 안한다고 말해서 헷갈린다."
이 "민자사업은 과거에는 정부가 (적자를)보전했지만 법이 바뀌어서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보존해주는 것은 없어졌다."
◇ 장면 4 = '이명박 도덕성 논란'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세금 및 건강보험료 미납 등을 꺼내 이 전 시장의 후보자격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전 시장은 너무 악의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선의로 생각하면 다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맞섰다.
박 "지도자는 국민보다 높은 수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법 지키라고 할 수 있겠나. 자신은 자녀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해놓고 교육정책을 말할 수 있겠나?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나"
이 "그 문제도 세 번째 묻고 있다. 35년 전 같다. 그때는 대통령이나 공직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나는 제대로 못 배웠지만 아이는 제대로 교육을 시켜보자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여러 번 사과했고 그것이 하나의 큰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박 "국가경영이 무엇이냐. 지도자부터 솔선수범을 해야 국민이 신뢰하고 정책이 먹힌다. 위장전입 뿐 아니라 세금을 안내서 부동산을 압류까지 당했고, 등록세를 12년 동안 내지 않은 분이 조세정책을 제대로 하겠나. 노조설립방해죄를 저지른 분이 노동정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한 달에 12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분이 편법으로 2만원밖에 안냈고 본인 소유 상가건물의 환경부담금도 안냈는데 조세정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이 "아~~ 몇 십년 전 일을 쭉 잘 찾아냈다. 대부분 있었던 일 같긴 하다. 건물 환경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만 잘 알면 이해가 된다. 내가 낼 일은 아니었고 세입자가 낼 것을 내가 대신 냈다. 그것 때문에 차압됐다. 너무 악의적으로 보지 말고 같은 당이니까 잘 알아보고 했으면 한다. 나는 1년에 세금을 2억원 가까이 낸다. (건보료)몇 만원 아끼려고 했겠느냐. 이 문제를 선의로 생각하면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장면 5 = '박정희 그늘 못 벗는 박근혜?'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희룡 의원의 빅2 주자 공격도 거셌다. 원 의원은 박 전 대표의 5·16 구국혁명 발언과 박 전 대통령의 부채를 지적하며 박 전 대표를 코너로 몰았고 박 전 대표는 "자식이 어떻게 부모님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있겠느냐"고 응수했다.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역사적 재평가를 한다. 하지만 유신 그늘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5·16구국혁명 발언이나 유신평가에 대한 유보적인 것, 아버지 업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아버지 그늘에서 못 벗어났다는 비판이 있다."
박 "유신이나 5·16은 정권 차원에서 재단할 게 아니라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유신관련은 여러번 사과했다. 정치를 하면서 아버지의 업적을 지나치게 내세운 적 없다. 오히려 '왜 그렇게 안하느냐'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원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에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자산이 있으면 부채도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선거운동과정에서 만든 영상물이나 당원을 상대로 유세할 때 보면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했나 싶을 정도의 인상도 많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 이해하지만 20대에 무엇을 배웠으며 당시 자행됐던 민주주의 유린 책임은 어떻게 하고 그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자꾸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해 질문을 더 많이 한다. 내가 말하는 것 보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자식이 어떻게 부모님의 영향을, 그늘이건 빛이건 안 받을 수 있느냐. 20대에 무엇을 배웠겠느냐 하는데 그때 퍼스트레이디를 했다. 원 의원은 20대가 어린 나이라고 보느냐. 내가 후보로 나섰는데 민주화에 헌신한 분들이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 준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겠느냐."
◇ 장면 6 = '경제대통령 성공한 사례 없다?' 원 의원은 이 전 시장을 향해 기업가가 총리나 장관 등 기능적 역할로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국가지도자로는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이 전 시장의 '경제 대통령'론이 허구라고 주장했다.
원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다르다. 기업경영의 성공여건과 국정운영의 성공여건은 다르다. 다룬 나라에서도 기업가들이 총리나 장관으로 기능적 역할을 하며 목표를 추진하는 데는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국정운영의 총괄자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이 다른 것은 사실이나 21세기 기업경영 기법의 장점을 행정에 가져오고 세계 모든 추세가 그렇게 나간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업가 대통령을 선거 때 내걸었고 기업경영 기법으로 행정을 많이 바꿨다. 나도 기업경영 기법을 서울시 행정에 도입해 비교적 성공했다."
원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라 수단방법도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으면 과장광고도 허용하고 고용직원도 정리해고가 가능하지만 국가는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이 전 시장은 기업가로서는 뛰어났을지 모르지만 조국통일, 사회갈등을 통합하는 문제, 가진 자에 모범을 보이고 헌법과 법을 존중하는 점은 오히려 일반국민에게 변명할 게 많지 않나"
이 "비판을 안 만들려면 아무것도 안하면 된다. 일을 하지 않으면 비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나도 서울시장을 하며 경험했다. 기업경영의 장점을 행정으로 가져오는 것이 세계의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