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검찰 수사관들이 지난달 27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동의를 얻어 면봉으로 이 후보의 입안 세포 여러 점을 채취했다고 한다. 검찰은 앞서 이 후보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구강세포도 얻었다. “이 후보의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이 후보와 이 의원은 이복형제”라는 군사평론가 지만원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였다. 이 후보측은 지씨가 홈페이지와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펴고 인터넷에서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3월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 후보 형제의 구강세포로 DNA 검사를 해 지씨 주장이 거짓임을 밝혀내고 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도 지난달 당 검증청문회에서 스스로 DNA 검사를 거론한 적이 있다. “나에게 애가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 그게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DNA 검사도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뽑는 선거를 하는데 지지도 1위 후보는 ‘형제 확인’ DNA 검사를 받고 2위 후보는 ‘생모 확인’ DNA 검사를 받겠다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모두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해외토픽감 코미디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 대해선 어떤 사소한 의혹도 공개하고 검증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의혹을 내놓는 측은 최소한의 근거와 사실도 함께 밝혀야 하는 게 검증의 기본이다. 그러지 않으면 誣告무고라는 범죄행위다.

    지난 대선은 그 ‘무고’가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선거였다. 지지도 1위를 달리던 야당 후보는 여권이 변변한 근거도 없이 내놓은 ‘3대 의혹’의 덫에 걸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결국 선거에서 졌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그 의혹 제기는 모두 거짓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를 도둑맞은 뒤였다. 이번 대선도 여권 대선주자라는 사람이 공공연하게 ‘야당 후보는 한방이면 간다’고 호언하는 걸 보면 징조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