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번째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서로 '필승론'과 '필패론'으로 정면 충돌했다. 30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합동유세에서 이 전 시장은 '노무현 정권이 두려워하는 후보'로, 박 전 대표는 '깨끗한 후보'로 각자 자신이 정권교체의 필승주자임을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으로 경직됐던 연설회 초기와 달리, 한나라당 합동유세는 갈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인천지역 총 9512명의 선거인단을 수용하기 턱없이 모자란 행사장(3500석 규모)에 들어오지 못한 지지자와 당원들은 체육관 밖에서 행사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당초 이 전 시장의 유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이 전 시장이 수적 우위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행사장 내부에서의 응원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박 전 대표 캠프 소속의원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은 지난 울산연설회 때와 마찬가지로 객석에 앉아 참석자들과 음악에 맞춰 응원전에 참여했으며, 송영선 의원과 한선교 의원도 플로어와 객석을 오가며 흥을 북돋았다. 이 전 시장측 의원들은 직접 나서 응원을 하기보다는 연설문을 언론에 배포하고 기자들과 판세를 분석하는 등 외곽지원에 치중했다.
박 전 대표측 곽성문 의원의 '오버'도 구설에 올랐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원희룡 의원측 지지자들을 이 전 시장 지지자로 착각한 곽 의원은 이들의 비표 확인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비표를 빼앗는 등 소동을 벌여 원 의원측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원 의원측 이동환 대변인은 "후보에 대한 줄서기와 각 후보 진영 내의 과열된 충성심을 그대로 보여준 사태"라면서 "의원이라는 사람이 유세장 문 앞에 서서 문지기인냥 사람을 살피는 것도 모자라, 상대후보측 지지자의 비표나 마음대로 빼앗는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원 의원측 지지자들의 비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과격행위도 또다시 나타나 물의를 빚었다. 행사장 밖의 일부 지지자들은 빠져나오는 강재섭 대표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제대로 하라"면서 야유를 보냈다며 이를 지켜본 당 관계자는 안타까와했다. 또 박 전 대표측 일부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의 버스를 훼손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들은 버스의 외벽을 두른 태극문양 등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직접 이를 뜯어내고 진행을 가로막고 앉은 채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버스 747'로 캠프가 이름붙인 이 버스는 지난주부터 이 전 시장이 이동할 때 이용했으며,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이동회의실을 갖추고 있다.가장 먼저 유세에 나선 이 전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부동산 의혹 등에 직접 해명함으로써 경쟁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측의 '필패론'을 차단하고, 한편으로 집권세력과의 대립각을 선명히 세워 '대세론'을 이어가는 데 주력했다. 이 전 시장은 "금년초부터 '한방에 간다'는 소리를 늘 들어왔다. 3월에도, 4월에도, 검증청문회 이전에도 한방에 간다고 하더니 요즘은 8월에 한방에 간다고 하더라"면서 "그러나 알고 보니 한방이 아니라 '헛방'이다, 헛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증청문회를 통해 진실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소리 높였다.
이 전 시장은 또 "(정치입문한) 92년 이전에 32년간 민간기업에 있었다"면서 "(땅 소유자를) 내 이름, 남의 이름으로 (다르게) 할 이유가 없었다"며 부동산 차명소유 의혹에 직접 반박했다. 그는 또 "92년 이후 서울시장이 되고, 공직에 있으며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내놓아 보라. 뭐가 있느냐"면서 "모두가 다 30년전, 40년전 이야기"라고 자신했다. 이 전 시장은 "심지어 1939년 호적등본에 왜 이름이 없느냐며 배다른 형제가 아니냐고 했다. 난 39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것을 검증청문회에서 질문했다"며 각종 정치공세에 억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정치공작'을 거듭 주장하며 이 전 시장은 '본선에서의 우위'를 부각했다. 그는 "공정한 경선을 통해 강력한 후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자신이 정권교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에 관여하게 됐나. 왜 국정원이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하게 됐나"고 질문을 던진 뒤, "경선에서 자기가 만만하고 약한 후보를 뽑아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음모가 있다. 이명박이 본선에 올라가면 정권을 연장할 수 없다는 것을 저들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거듭 '이명박 필패론'을 강조하며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자식 교육에 당당하지 못하고 어떻게 교육을 개혁할 수 있느냐. 부동산 문제에 떳떳하지 못하고 어떻게 부동산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 전 시장을 직격했다. 위장전입을 시인하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부패한 지도자가 경제를 살린 적 있느냐. 사업을 하는 것과 국가 경제를 다루는 것은 다르다"고 이 전 시장의 '경제대통령'이미지에 반론을 폈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국민이 지도자를 믿고 따라야 한다. 대통령부터 모든 면에서 국민 앞에 떳떳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내내 오른손을 내리지 않은 박 전 대표의 제스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전 대표는 선거 때마다 잦은 악수로 파스나 붕대를 감아야 했던 자신의 손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나더러 손에 찬물 한번 묻히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박근혜의 손이다"며 자신의 손바닥을 참석자들을 향해 뻗은 뒤 '공주이미지'부터 정면반박했다. 그는 "이 손으로 부모님의 피 묻은 옷을 두 번이나 눈물로 빨았다. 한나라당이 나락의 위기에 빠졌을 때 이 손으로 108배를 올렸다"며 "이 손에 붕대를 감고 당을 구해냈다. 전국 민생현장을 150번 넘게 다니면서 이 손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손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비교우위론'을 내세워 '빅2'의 틈새를 공략했다. 그는 "왜 지난 탄핵 이후 선거때 자기 지역에 와달라고 매달려놓고 지금와서 그 사람을 반대하는 선봉장에 서서 (비난하는) 나쁜 X이 있다" "사돈의 팔촌까지 재산 거론해 우리끼리 이러면 나중에 본선에 가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을 싸잡아 비난한 뒤, "여론조사를 보니 한나라당 지지자 중 (나는) 1%수준이더라"며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에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젊은 기수론'을 강조한 원 의원은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가 자신에게 탈당을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 자리에서 장 원내대표에게 공식적으로 답하겠다. 사랑하는 당원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바꿔서 집권 할테니 그쪽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 있으면 빨리 한나라당으로 와라”고 ‘한나라당 색채’를 분명히 했다. [=인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