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흠집 내 이기려하면 다 망하는 길…한방에 간다? 천만의 말씀이다"(기호1번 이명박 전 서울시장)
    "불안한 후보로는 안된다…후보 확정 후 문제 터지면 정권교체 물거품" (기호 3번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필승론'이냐, '이명박 필패론'이냐.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27일 울산에서 열린 3차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도 저마다 자신이 정권교체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합동유세에서 이 전 시장은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며 공세적 자세를 취했으며, 박 전 대표는 '필승후보론'으로 맞서며 각자 자신이 본선경쟁력이 있는 후보임을 주장했다.

    이날 행사장을 가득메운 3000여 당원 및 선거인단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으로 경직됐던 부산연설회와 달리 지지 후보를 연호하며 다소 활기찬 세대결을 펼쳤다. 울산은 5개 지역구 중 4개 지역이 이 전 시장의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박 전 대표측은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전 시장측보다 적극적인 응원전으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박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은 자파 성향의 정갑윤 의원의 중구 지역 좌석에 자리잡고 지지자들과 나란히 앉아 "박근혜"를 연호하며 율동을 함께 했다. 송영선 김재원 한선교 곽성문 이혜훈 서상기 의원 등은 플로어에서 박 전 대표 기호를 뜻하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지지자들의 흥을 북돋았다. 

    '제 2의 고향'을 찾은 이 전 시장은 제주와 부산 유세에 비해 더욱 자신감에 찬 어조의 유세로 선두주자로서 대세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남의 상품을 못 쓴다고 흠집을 내 이기겠다면 모두가 다 망하는 길"이라며 "내가 이기려면 내가 잘하겠다고 해야지 남을 깎아내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비판을 통해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 전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방에 간다' '이명박은 네거티브에 간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며 자신을 겨냥한 정치공세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명박이 어떤 사람이냐. 이명박이 어떻게 생을 살아왔느냐.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지겠느나"고 질문한 뒤 "자신있다.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자신을 겨냥한 박 전 대표의 '불안한 후보론'에 맞섰다.

    이 전 시장은 또 "여당의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나와는 삶이 다르다"면서 "어떤 네거티브, 부정적 공격도 당당히 겨루고 승리해 국민의 한을 풀고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려놓겠다"고 대권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전 시장이 울산 현대자동차, 조선소 건설 당시를 떠올리며 "군사독재 정권의 통폐합에 맞서 국가중심산업을 지켜냈다"고 소리 높이자, 방청석에서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박 전 대표는 전날 부산에서와 같이 '전투모드'를 유지, 이 전 시장을 몰아세웠다. 박 전 대표는 울산에서도 이 전 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우회적으로 공격하며 '이명박=불안한 후보' 공세를 폈다. 그는 "지도자한테 문제가 있어서 국민이 지도자를 믿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며 "서민들은 열심히 땀 흘려서 한푼 두푼 모아 집장만하고 교육을 시키는데 한쪽에서 부동산으로 몇십배 몇백배의 돈을 쓸어 담는 나라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현재에 안주하면서 적당히 덮고 넘어가자는 안이한 생각이야말로 대선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불안한 후보로는 안된다. 후보가 확정된 다음 문제가 터지면 정권교체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 정권이 어떤 공격을 해와도 이겨낼 수 있는 100% 필승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객석을 향한 박 전 대표의 "100% 필승후보가 누구냐, 정권교체 100% 확실한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지지자들은 "박근혜"라고 화답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나는 자신 있다. 기호 3번 박근혜에게 맡겨 달라"며 본선 승리를 자신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만이 정권교체를 위한 '필승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켜, 본선경쟁력을 강조했다.

    '빅 2'를 번갈아 공격하며 '틈새전략'에 나섰던 원희룡 홍준표 의원은 이날 만큼은 두 유력주자 공격보다 자신의 경쟁력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원 의원은 '젊은 지도자론'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원 의원은 "미국의 우주시대를 연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에 갈 때 42세였으며 전후 미국의 최고 경제부흥을 일으킨 클린턴 대통령은 46세였다. 또 영국 보수당은 12년의 집권실패를 돌파하기 위해 39세의 케머런을 젊은 당수로 내세웠다"면서 "젊은 힘, 젊은 피가 필요할 때"라고 소리 높였다.

    '토론회의 강자' 홍 의원은 "어제 부산에서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 두 후보에게 싸우지 말라고 많은 시간 할애해서 좋은 이야기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직접적으로 싸우지는 않는데 은근슬쩍 또 서로 싸운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정도 싸우는 것은 경선의 양념이다.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 의원은 이어 "이 전 시장은 일 잘하는 후보, 박 전 대표는 흠없는 후보를 강조한다. 참 좋다"고 운을 뗀 뒤 "홍준표는 일도 잘하고, 흠도 없고, 거기다 말도 잘한다"며 자신을 부각시켰다.[=울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