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전 통일부 장관)이 3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범여권 대선주자로서 행보에 나섰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범여권 의원 70여명과 지지자를 포함해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정 전 의장은 출마선언 첫 말문부터 한나라당과 유력 대선주자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정 전 의장은 자신을 소개하는 말머리에서 “나는 평범한 월급쟁이 출신”이라면서 “나는 독재정권 시절 대통령의 딸도 아니고, 대기업의 이권과 정보를 이용해 수천억원의 재산을 축적한 사업가도 아니다”고 운을 뗐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자신이 주장한 '중산층 강화론'을 설명하면서는 “중산층을 확대하는 방안은 대운하나 페리같은 건설투자, 물적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항공우주산업 발전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공약을 역설할 때에는 “삽질로 운하를 파자는 주장은 미래전략이 될 수 없다”면서 “운하를 파는 대신 대한민국의 달나라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출마 선언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선 “대한민국은 70~80년대 대한민국이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 법질서 유린하고 외국법정에서 조사를 받고 부정축재 혐의를 받는 인물을 대한민국 국민은 지도자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직위를 이용해서 자신과 친인척의 이익을 도모한 의혹이 있다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서 친인척과 주변사람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느냐”면서 “그래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이어 “미국 같으면 의원직을 박탈당한 정치인이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여론의 의해 날카롭게 잘 검증이 되면 한나라당은 무너진다. 작은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고 경선룰을 만들어내면 (범여권에서)누가 후보가 되든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중산층과 통하는 대통령’ ‘중소기업과 통하는 대통령’ ‘중용의 정치로 통합력을 발휘하는 대통령’ 등 이른바 ‘3중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3중주의로 내부를 통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전 의장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가려운 데를 긁고 막힌 데를 뚫어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겸손하고 품격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면서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시대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중통령’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자신의 정책적 비전으로 ▲2025년까지 한국인을 달나라에 올려놓는 ‘2025 드림스페이스 프로젝트’를 통한 항공우주산업의 비약적 발전 ▲2020년까지 한반도 경제공동체와 동북아 평화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좌우 양극단의 분열과 투쟁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세대갈등, 지역갈등도 원대한 비전으로 넘어서겠다. 포용과 통합으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의 열매를 따고 국민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통합의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 전 의장의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엔 김한길 박상천 중도통합민주당 대표, 정세균 열린당 의장, 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 조세형 열린당 고문,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과 범여권 의원 70여명과 지지자들 등 총 10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한 일부 지지자들은 행사장 바로 앞 출입구에 설치된 대형화면으로 정 전 의장의 대선출마 선언식을 지켜봤다. 

    행사 직후 정 전 의장은 이들 앞에서 즉흥 연설에 나서 “여러분 가슴 속 갈증과 안타까움을 실천하는 손과 발이 돼서 진전하겠다”면서 격정적인 모습을 내보였다. 정 전 의장은 “이제 한나라당은 무너져 가고 있다. 대통합을 이뤄내 감동을 성취한다면 12월 민주주의 진영의 성공을 성취하고 말 것”이라고 강변했다.

    정 전 의장은 “반드시 대통합을 성취하고 그 바탕 위에 경선 트랙이 깔리면 내가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진군을 시작하겠다. 같이 진군하자”면서 “국민의 정부 5년, 참여정부 5년의 우리의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성취해야 할 가치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찍고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던 열정을 다시 폭발시켜서 정통성을 갖고 있는 정동영이를 앞세워서 전진하자”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 전 의장이 민생체험 당시 만났던 농민, 중소기업체 사장 등도 참석했다. 

    정 전 의장은 양복 윗도리를 벗은 채 와이셔츠를 걷어 올리고 격정적인 모습을 연출하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