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다섯 대선주자들이 마지막 정책 토론회를 갖고 저마다 정권교체의 선봉에 설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28일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네번째 토론회를 '정책비전대회'가 아닌 '집권비전 선포대회'로 명명했다. 박근혜 후보는 당 대표로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한 전력을, 이명박 후보는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각각 부각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또 박계동 공작정치저지범국민투쟁위 간사 주도로 '공작정치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청와대를 비롯한 범여권의 공세를 비판했다. 강재섭 대표는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이끈 정권, 서민에게 고통과 절망만을 안겨준 무능한 정권을 엄중히 심판하자"고 소리 높였다.

    가장 먼저 기조발언에 나선 박근혜 후보는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고, 한 번 약속한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켰다"면서 정권교체의 최적임자 역시 자신임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앞으로는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사심없이 전국 최고 인재들을 모아 시스템으로 이끌겠다"며 "나는 당도 계파없이 그렇게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총선 직전 당 해체 위기 때를 거론하면서 "우리의 후보와 우리의 약속을 국민이 믿을 수 없다면 정권교체도 없다. 꼭 이겨야 하기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뒤 "나는 2년 3개월 동안 당 대표를 하면서 신뢰와 원칙으로 이 정권에 맞서 승리했고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역설했다.

    원희룡 후보는 박·이 두 후보 중심의 경선구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원 후보는 "지난 몇 달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지율로 대세론이 흠뻑 취해있었다"면서 "후보들이 함께 경선의 틀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손쉽게 이길 줄 알았지만 상생은 없고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정책은 없고 치유하기 힘든 흠집 내기만 남았다. 이제 국민들은 짜증이 나고 우리 당원동지들은 불안해한다"면서 "경선 캠프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돼버린 그 오만과 일찌감치 끝나버린 줄서기, 본선은 안중에도 없는 흠집내기의 과잉충성, 바로 이런 구태들이 한나라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맹비난했다.

    고진화 후보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한나라당이 후보로 내세울 수는 없다. 규칙을 예외 없이 철저하게 지켜내는 것이 검증의 출발이다”며 “줄세우고, 편가르고, 힘 싸움하는 정당은 이제 잊자. 덮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철저하고 투명한 경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후보는 “호랑이는 겨울을 보내려고 일찍부터 털갈이를 한다. 유능한 정부, 정권창출을 위해 한나라당은 고통을 감내해 왔다. 당헌 정강 강령 등 한나라당의 법과 기준을 모두 바꿨다”며 “고진화와 함께 한나라당을 개혁하고 정권창출을 이루자”고 외쳤다. 그는 “행복선진국, 평화강국, 생명부국을 통한 ‘내가 행복한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이 새로운 국가 비전임을 엄숙히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검증문제’가 대선일까지 갈 것이며 박 후보가 되면 대선구도가 ‘민주 대 반민주’로 간다”며 “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범여권의 검증에서 ‘흠 잡힐 여지’가 없고 ‘국적법, 반값 아파트’ 등 범여권의 아젠다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도 공격당할 여지가 없다.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한나라당이 이기려면 흠잡힐 여지가 없는 후보가 서민 속으로 들어가서 ‘탈이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재벌중심 경제에서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산업구조가 재편돼야 하며 서민위주의 부동산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 국민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깨끗한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는 “내가 살아온 길은 꽃길이 아니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그릇도 깨고 손을 베일 때도 있었다. 순백의 삶은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도덕적 기준을 지키면서 살아왔다”며 “정권연장에 눈 먼 사람들이 온갖 음해를 하더라도 꿋꿋이 이겨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 후보 공격을 중단하고 선거중립내각을 구성해 국정에 전념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말 일하고 싶다.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도 단 하나, 일 하나만은 확실히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며 “경제 하나만은 확실히 살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아는 지도자가 나오면 반기업 정서가 친기업 정서로 바뀌고, 그 순간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5년 안에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다가올 10년을 앞당기는 데 이명박이 앞장서겠다. 정권교체에 대한 당원동지들의 10년 염원을 풀어드리겠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