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30일 '선진평화포럼' 발족식에 참여했다. 이 포럼은 손 전 지사의 지지모임으로 알려져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범여권 대선주자로 끊임없이 거론돼 왔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정치불참'을 선언했다. 손 전 지사가 '날자' 정 전 총장이 '떨어진' 모양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총회와 창립기념식을 갖고 공식 발족한 '선진평화포럼'은 참여한 발기인만 655명. 이날 행사에는 500여명이 참석해 300석 좌석이 꽉 찼고 서 있는 사람도 많았다.
     
    이날 정 전 총장의 '정치불참선언'으로 예정에 없었던 긴급 기자회견을 갖게 된 손 전 지사는 정 전 총장에 대해 "한국정치의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과의 향후 관계설정'에 대한 질문에 손 전 지사는 "한국정치를 새롭게 할 잠재력을 가진 정 전 총장이다. 한국정치를 함께 해나갈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즉답을 피했다. 또 범여권에서 제기하는 '후보중심 연석회의'에 대해서 그는 "구체적으로 제의를 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포럼' 발족식에서 격려사를 통해 '융화동진(融和同進)'의 정치를 제안했다. 그는 "융화동진의 정치는 중간을 가거나 중립을 지키는 기회주의 정치가 아니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민의 행복을 기준으로 하는 정치다. 시류에 흔들거리는 포퓰리즘이 아니고 원칙을 지키는 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극단을 배제하고 융화하고 통합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면서 "서로 갈라져 싸우면서 뒤로 후퇴하는 정치가 아니라 힘을 합쳐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급급해 국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우를 가르고, 동서를 나누고, 상하로 찢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저 역사의 뒤편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면서 "70년대 개발논리, 80년대 대결구도에 파묻혀서 기득권이나 챙기고 세몰이에 열 올리는 '부패 정치' '무능한 정치'는 이제 미련없이 버리고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정치적으로는 구태와 무능이 판을 치고 사회적으로는 좌와 우, 지역적으론 동과 서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면서 "425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은 부패한 수구와 무능한 좌파에게 레드(경고)카드를 번쩍 치켜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후) 실로 시베리아보다 훨씬 더 추운 동토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내 가슴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꿈에 부풀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삼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려고 모인 사람들이라면 한 번 모였다가 헤어지고 대선후보 뽑고, 선거 끝나고 헤어지는 그런 시민운동이나 단체가 아니라 정말 이 나라에 책임 있게 정치와 미래를 챙겨나갈 수 있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가진 정치세력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사무총장은 손 전 지사에게 "새로운 정치와 민주개혁정치가 이뤄지는 데, 새로운 국민적인 정당을 탄생시키는 데 불쏘시개 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한 뒤 "꼭 대선후보가 안돼도, 당선 안돼도 이 나라의 미래 정치, 지속가능한 정치를 위해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투쟁하고 노력해 준다면 역사 속에서 결실과 보답이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종수 상임공동대표(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직접적인 실천을 지향하는 운동단체나 정치집단이 아니다"면서 "미래 사회는 문화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선진사회를 지향해야 된다"고 말했다.

    배영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축사에서 "어느 시대나 그 시대에 맞는 가치가 있으며, 지나간 가치가 오늘을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광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선진평화포럼' 창립기념강연에서 "끝없이 나눠지기만 하는 이 사회에 단합된 힘은 어디서 나오겠느냐. 사람다움의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마련돼야만 총체적인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선진평화포럼'의 임시의장으로 권영례 방송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선출됐다. 포럼 발기인으로는 박형규 목사, 명진 스님, 김화태 신부 등 종교인과 시인 김지하씨, 소설가 황석영씨, 국악인 김영동씨, 만화가 이현세씨 등 예술인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