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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두 유력주자의 최측근 참모가 '끝장토론'으로 한판 붙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의원은 29일 중앙일보 일요판에서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두 예비주자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란 질문에 정 의원은 '경제대통령'을, 유 의원은 '투철한 국가관'을 각각 내세웠다. 정 의원은 "경제가 어렵고, 정부가 무능하고, 사회가 10년 넘게 좌편향됐다. 이 전 시장이야말로 이를 바로잡을 적임자"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느냐가 중요하다. 잘못된 생각이 있으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지난 20년간 봐왔다. 박 전 대표야말로 국가관이 투철하고 정도를 걸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 주자의 불안한 점은 무엇이냐"란 질문에 정 의원은 몸을 사렸고, 유 의원은 따라잡으려는 듯 보였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훌륭한 지도자이고, 한나라당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반면, 추격자인 유 의원은 "기업경영과 국가 경영은 다르다"고 꼬집은 것.
4·25 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이·박 공동유세 불발'이 꼽히는 것과 관련, 정 의원은 "공동유세는 내가 정식으로 제안을 받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성사가 안됐다"고 박 전 대표 측이 거부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반면 유 의원은 "선거가 처음 시작됐을 때 이 전 시장이 두바이-인도에 갔다"면서 "각자 지역에 따라서 강점도 있는데 굳이 두 사람이 같이 다니면서 하는 게 좋은지도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박 측 "당 지도부 사퇴할 일은 아니다" vs. 이 측 "지도부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
선거참패에 당 지도부의 사퇴까지 거론되는 상황.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당 대표가 사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 의원은 "지도부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아무나 나가도 이긴다는 대세론에 빠져 있었다"며 "그게 대선 실패를 자초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더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에서 우리끼리 아옹다옹 싸울 게 아닌데 내부문제에 함몰돼 있다"고 덧붙였다.
◆ 박"후보간 검증죄악시하는 나라없다" vs. 이"검증은 국민이 하는것. 지지율이 종합성적표"
'후보검증'에 대해 양 측은 다시 한번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검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지지율이 검증의 종합성적표"라고 주장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여유(?)를 내비쳤다. 반면 유 의원은 "후보 간 검증을 우리만큼 죄악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해 향후에도 '검증'을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유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남의 회의 훔쳐보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주 우리 캠프에서 서청원 고문이 새로 와서 12명이 전략회의를 했다. 그런데 회의결과가 A4 한 장에 요약돼 이 전 시장 쪽 핵심들이 다 돌려보면서 '이게 박 전 대표 캠프의 전략회의 내용이다'고 했다"면서 "서로 염탐하고 같은 당에서 남의 거 훔쳐보고 이런 짓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그럼 그게 그쪽 문건인지는 확인해준 셈이냐"고 반문하자, 유 의원은 "남의 회의에 괜히 사람 보내갖고 그런 짓 좀 하지 마라. 이런 게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것 아니냐"고 했지만 정 의원은 여전히 "난 그 문건이 실제 문건이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평행선을 달렸다.
아직 합의되지 않은 '경선 룰'과 관련, 정 의원은 2002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를 언급하며 맹공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2002년에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국민참여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박 전 대표는 국민참여를 많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을 했다. 혁신위에서 국민참여비율을 높여 5대 5로 경선 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주장했던 국민참여비율을 (현장 유효투표수의 20%로 한다는) 관례대로 하면 2나 3밖에 안 된다"면서 "박 전 대표가 당초에 탈당할 정도로 국민참여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갖고 있었으면 여론조사를 4만 명으로 맞추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탈당했던 게) 벌써 언젠데 그리고 그 이후에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을 무슨 탈당 때 그걸(말한 것을) 갖고 지금 말하느냐"며 "이 전 시장 측에서 여론조사 비율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면 우린 8월 20일이라는 날짜에 대해 다시 문제를 삼겠다"고 받아쳤다. 또 "휴가철에 땀 뻘뻘 흘리면서 여당 후보는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 우리끼리 경선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도 했다.
정 의원은 "(경선룰) 합의가 안 되면 현행대로 가는 거다. 그러면 6월에 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고 물었고, 유 의원은 "합의가 안 되면 현행대로 가야한다는 게 박 전 대표가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이 높은 이 전 시장 측에선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에, 되도록 빨리 경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이어 이 전 시장 측의 이재오 최고위원을 겨냥,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안 지켰다고 탄핵까지 한 당"이라며 "(이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 캠프를 위해 노력하고 싶으면 당연히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경선이라는 게 세 확보 경쟁"이라며 "해당 국회의원이나 위원장들이 나름대로 선택을 하는 건데 (줄 세우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해당 의원들을 능멸하는 언동"이라고 맞받아쳤다.
경제정책에 대해서 두 의원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정 의원은 "경제는 심리다. 이명박 효과 즉 'MB이펙트'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유 의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경제성장을 이룬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그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고 각각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