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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 결과와 맞물려 범여권의 이목이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선거 결과가 열린당의 해체를 사실상 확정짓는 ‘확인사살’로 귀결되면서 열린당 소속 의원들의 동요가 불가피해졌고 이러한 상황이 범여권의 대통합 추진에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범여권 안팎에서는 열린당 의원들의 추가 집단탈당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기류와 달리 범여권 내부 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 탈당 수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부터 열린당의 재보선 ‘필패’가 예상됐고 지금에 와서 열린당을 탈당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 의미가 없어진 만큼 한동안은 탈당 여부와 무관하게 각 정파간에 통합을 위한 경쟁 내지는 무성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탈당보다는 당적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외부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군들과의 본격적인 ‘새판짜기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열린당 소속 의원들의 통제불능상태가 일 수 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이번 재보선을 통해 범여권의 통합 논의시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설 것도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범여권의 통합 논의는 일대 혼전양상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범여권 안팎에서는 '소군웅 할거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열린당 추가탈당 본격화’(?) = 추가탈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정세균 체제의 그간의 지지부진한 대통합 추진 작업에 이어 이번 재보선 결과가 소속 의원들에게 동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데 근거한다. 정치권 외부의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머뭇거렸던 소속 의원들이 재보선 결과로 인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에 빠져 결국 추가 탈당이라는 행동으로 표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그간 공공연하게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언급해 왔던 김부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진영과 김근태 전 의장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의 탈당이 예상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충청권 의원들의 동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적 상황과 여기에 개혁이냐 중도냐 하는 등의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소통합의 필요성, 외부 시민사회단체 세력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당적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덜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보선 결과를 토대로 외부 시민사회세력 또는 외부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군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도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5월 중순을 전후로 대규모 탈당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정세균 의장 체제에 원심력이 가해지면서 소속 의원들의 통제불능 사태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상 열린당의 해체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범여권 안팎에서 일부 열린당 의원들이 민주당 등에 입당 타진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추가 탈당 수요 없다’(?) = 이같은 전망은 주로 열린당 지도부 진영에서 나온다.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의원들이 마땅히 몸을 담을 만한 곳이 아직은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다. 지난 2월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집단탈당은 대통합 추진 의지 차원으로 언제, 몇 명이 탈당하느냐가 당시로서는 주요 문제였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로 가느냐 하는 것이 탈당의 최대 고민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거론되는 정운찬 전 총장 등 정치권 밖의 제3의 후보들도 아직 정치참여 선언조차 하지 않은 워밍업 상태이고, 열린당 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의 통합논의 협상을 지켜봤듯이 세력간 통합의 한계점이 여실히 노정된 상황에서 통합신당모임으로 가기에도 선뜻 움직이지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열린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지금 정치참여 선언은 물론, 후보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외부대선주자에게로 선뜻 움직일 의원이 어디 있겠느냐. 그 쪽에서도 당연히 ‘기다려라’고 하지 않겠느냐”면서 “재보선 결과와 집단탈당은 연동이 없다”고 말했다.
탈당을 하려해도 마땅히 움직일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당적을 굳이 버려야 될 필요성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당적을 유지한 채, 대선후보중심의 제3지대 통합론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보 중심의 제3지대 통합론은 정세균 당의장이 내세운 것으로, 현재 정치상황에서 설득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집단탈당사태보다는 한동안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이들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또 다른 트랙에선 각 정파별 정책과 노선별 공동분모를 찾기 위한 연대 흐름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열린당내 원로 및 중진급 의원들의 구상도 세력간 통합보다는 후보중심의 제3지대 통합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차기 유력 대선주자간 연석회의 등의 성사 여부 내지는 움직임 등을 보고 탈당 등을 판단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재보선의 결과와 연동되는 집단탈당이 아니라, 당초부터 진행돼 온 질서있는 통합논의의 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소군웅 할거시대’ = 이번 재보선 결과와 관련,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논의는 어떻게 될까. “소군웅 할거시대가 올 것”이라고 범여권의 한 의원은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당장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와 관련, 분명한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재보선 이후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논의에 주도권을 잡아 민주당 중심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는 정치권 내에서는 열린당,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통합신당모임, 그리고 김근태 전 의장계와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민생정치모임과의 개혁성향 연대그룹, 친노직계그룹, 정치권 외부에서는 정운찬 전 총장, 손학규 전 지사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소군웅 할거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 내 각 정파가 여러 갈래로 자기 중심의 주도권을 내세우려 할 것이 분명한 만큼, 대통합 신당 추진 논의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한 자리수대 지지율의 외부 유력 대선주자의 구심력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논의에 탄력이 붙기 보다는 당분간 각 정파간에 지리한 주도권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질서있는 대통합 신당 논의 대신에 통합 논의는 일대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범여권 안팎에서는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범여권의 한 의원은 “소군웅 할거시대에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통합 논의에서) 잡생각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통합 논의 상황에서 서로가 주도권 잡기에 나선다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통합신당 추진 논의가 흐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대전 서구을의 심대평 후보가 한나라당의 40연승 재보선 독주체제를 무너뜨린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통합신당 논의에 탄력이 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심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에 대한 반한나라당 세력의 결집 필요성 즉, 대승적 차원에서의 대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인 만큼 각 정파가 대통합을 논의할 때 이같은 국민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정파간 주도권 주장에서 운신의 폭이 제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사실상 ‘연합공천’ 형태로 대전 서구을 선거가 치러졌으니 반한나라당 진영의 세결집에 대한 범여권 내 각 정파간의 위기의식이 한층 실질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전남 무안․신안에서 당선된 것도 대통합 신당 추진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업씨의 당선으로, 향후 김 전 대통령의 대통합 의지와 방법 등에 대한 의중이 비쳐지면서 대통합신당 추진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