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24일 "당 지도부가 무능력한 것은 두 대선 주자 때문이지만 그들이 지도부 말도 안듣는데 내말을 듣겠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윤리위원회가 뒤치닥거리만 했다"며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리위원장으로서 대선주자들을 만나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인 위원장은 "지도부 말도 잘 안 듣는데 내 말을 듣겠느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윤리위원장을) 사퇴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모르겠다. 너무 고민이 많다. '나쁜 일은 다 내게 떠맡기려고 데려갔나'란 생각을 한다"고 답해 사퇴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당이 유력 대선주자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인 위원장은 "모든 힘이 후보들 쪽으로 쏠려 있어서 당 지도부가 힘이 없다. 경선 룰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두 후보(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후보들이 말로는 당을 중심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기 당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공천 잡음' 문제와 관련, 당 윤리위원회 역할이 '뒤치다꺼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인 위원장은 "윤리위가 근본적인 구조적·제도적 문제에 접근 못하고 파생되는 문제를 뒤치다꺼리 하는 상황"이라며 "내가 계속 이렇게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당을 뛰쳐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당은 왜 (손 전 지사가) 나갔는지, 고쳐야 할 부분이 뭔지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23일에도 "이름만 한나라당이지 두나라당 비슷하게 되고 있다"며 당은 안 보이고 두 대선 주자만 보이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당의 구심점이 당 지도부에 모아지지 않는 것은 지도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당의 힘을 분산하는 대선주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