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행이냐, 분열방지냐'를 두고 한나라당은 고민중이다. 경선 투·개표 방식 때문이다. 아직 세부적인 경선룰에 대한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재 여론조사 반영 방식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의 힘겨루기가 끝나면 양진영은 다시 경선 투·개표 문제를 두고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현재 경선 투·개표 방식은 5월 구성될 당내 경선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돼 있지만 당 지도부에선 여론조사 반영 방식과 경선 투·개표 방식을 묶어 합의점을 찾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어 경선 투·개표 방식에 대한 양진영의 신경전이 일찍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와 양진영 모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하지만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뿐 이미 내부적인 논의는 진행중이다. 지난 6일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중심모임)은 이 문제를 두고 토론회도 개최했다. 현재 가장 유력시 거론되는 방법으로는 '전국동시투·개표'와 '권역별 순회 투·개표'가 꼽힌다.


    전국동시 투·개표 '박근혜-이명박' 분열방지 효과
    국민참여율 높일 수 있어 박·이 양진영 여론조사 반영 논란 잠재우는 효과도

    전국동시 투·개표가 유력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이명박'의 분열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순회투표를 실시할 경우 지역순서를 두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양진영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또 특정주자에 대한 대세론이 형성돼 경선 초반 후보가 중도사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는 것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어느 지역을 먼저 할지 순서를 두고 양측이 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정말 경선자체도 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확산될 수 있다"며 전국동시투·개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형준 교수(명지대)도 지난 6일 중심모임 토론회에서 "순회투표를 하고 개표결과를 발표하면 후보가 중간에 사퇴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경우 경선후보가 많고 경선기간이 길기 때문에 순회투표가 가능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은 두 사람 경쟁이기 때문에 순회투표를 하면 중간에 경선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전국동시투·개표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동시투·개표가 국민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이유로 꼽힌다. 특히 양진영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여론조사 반영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는 효과도 있어 당내에선 전국동시투·개표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이 경우 여론조사 반영 방식과 경선투·개표 방식을 묶어 합의를 봐야 한다. 

    "8월 휴가철 경선인데 흥행시키려면 순회투·개표해야"
    경선기간 2~3주, 지역 투표소 늘리는 권역별 순회투·개표 방안 고려중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바로 '흥행'때문이다. 전국동시투·개표를 할 경우 경선 흥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경선도 8월 휴가철에 해서 흥행이 어려운 상황인데 더구나 전국동시투·개표를 할 경우 국민의 관심을 전혀 끌 수 없을 것"이라며 순회투·개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진영 교수(경희대)도 6일 중심모임 토론회에서 "각 지역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선 하루 전날)지역현안을 놓고 토론회를 거친 뒤 다음날 투표를 하는 등의 방식을 채택해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권역별 순회투·개표가 거론되고 있다. 전국순회에 비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비용절감의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권역별 순회투·개표의 일반국민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있다. 권역별 순회투·개표의 경우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사용한 방안이다.

    당 고위당직자는 "권역별로 나눌 경우 서울은 괜찮지만 지방의 경우 투표소가 멀어 국민참여율이 낮아진다. 그래서 시간은 2~3주로 단축시키고 투표소를 지역별로 더 많이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직자는 "전국동시와 권역별 순회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유력시 되는 방안도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후보간 유·불리로 지도부와 박·이 양진영 모두 "저쪽 입장 좀 보고…"

    후보들간 유·불리가 걸린 문제인 만큼 당 지도부도 일단 후보들의 입장을 들어본 뒤 논의를 방향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진영에서도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문제가 여론조사 반영 방식 논의와 맞물려 협상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만큼 미리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해 협상에 불이익을 얻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경선대리인인 박 전 대표의 김재원 의원과 이 전 시장의 박형준 의원 모두 "저쪽 입장을 좀 보고…"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