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집단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 국민중심당이 내달 초 중도개혁주의 정당을 창당하기로 11일 합의했다. 이들은 이날 각각 대표단회의와 전원회의 등 방법을 통해 소속 의원들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추인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르면 13일 창당 작업을 위한 첫 실무협상에 나설 예정이며, 다음 주 중으로 통합교섭단체가 꾸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장 이들의 이런 움직임이 향후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일단 구체적인 창당 작업 논의를 위해 민주당, 통합신당모임과 국중당 소속의 10~12명으로 구성되는 ‘중도개혁주의 통합정당추진협의회(가칭)’를 구성키로 했다. 이 협의회는 13일 첫 실무협상에 나서 신당의 노선 문제를 비롯해 신당이 다룰 국가 주요정책과제 등을 담은 강령 마련 작업과 통합교섭단체 구성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그러나 열린당의 또 다른 탈당그룹인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생정치준비모임에 대해서는 창당을 위한 협상에서 사실상 제외키로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우리가 창당하려는 정당과 민생정치준비모임과는 노선이 다르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민생정치준비모임 공보담당 정성호 의원도 “대통합신당은 정치권 밖의 여러 민주개혁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우리 길을 가겠다”고 말해, 사실상 더 이상의 논의는 없음을 못박았다. 

    이들은 향후 열린당에서 의원들이 탈당하면 신당이 내세운 중도개혁노선에 적합한지를 판단해 신당에 참여시킬지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출발은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국중당으로 하지만 목표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이다. 문호를 활짝 열어 놓고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 대통합 ‘촉매제’냐 ‘걸림돌이냐’ = 일단 이들의 움직임 배경에는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작업이 미진하고, 점점 다가오는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지만 신당 창당은 당장 이번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된 열린당 의원들의 동요를 불러오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열린당 2차 집단탈당 사태를 불러와 대통합신당 추진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지부진한 대통합신당 추진 상황이 정동영 김근태 전직 의장의 결단으로 이어질 경우 대통합신당 추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열린당이 제외되고, 열린당의 또 다른 탈당파인 민생정치준비모임 또한 사실상 제외됐기 때문에 소통합 차원에 그치면서 오히려 이들이 기득권 세력화해 대통합신당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열린당 서혜석 대변인은 “조급한 소통합은 답이 아니다”며 “누군가를 배제하는 통합은 통합이 아니라 또다른 분열일 뿐이다. 주도권이나 기득권을 위한 통합은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세균 의장도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면서 “통합 방향은 대통합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통합은 의미가 없고 분열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이 신당 창당 논의에서 유보된 것도 향후 소통합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겉으로는 대통합신당의 추진 방향이 달랐다고는 하나 그 속내는 노선의 차이였으므로 범여권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새로운 관건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민생정치준비모임 정성호 의원은 “그들이 내세우는 ‘중도’라는 의미는 보수”라면서 “애초 그들은 우리를 통합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노선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신당 창당에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 통합신당모임의 최용규 원내대표와 이강래 의원, 신국환 국중당 대표 등의 물밑 의견 조율이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식적인 발표를 앞두고 ‘서로 언론플레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왔었다.

    민주당이 오전에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추인을 받고 신당 창당 추진 입장을 발표하자, 오후 전원회의 추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었던 통합신당모임에선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통합정당추진협의회 인원 구성 문제를 놓고 민주당 5명, 통합신당모임과 국중당이 합쳐서 5명 등 총 10명을 구성키로 한 것으로 민주당이 발표한 데 따른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단순히 민주당이 제안하고 통합신당모임이 받는 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 실무 협상을 앞두고 적잖은 기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