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이 추진중인 대통합신당 작업이 사실상 물 건너 간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이 9일 독자신당창당쪽에 의중을 두고 공식 창당 발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범여권내 각 정파간 각개약진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벌써부터 대통합신당 추진 무산 우려에 따른 책임공방이 일고 있는 모습이다. 자칫 책임 공방이 확산될 경우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후보자간 선거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 마저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통합신당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독자신당창당 문제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합의를 거쳐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용규 원내대표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다”면서 “결정을 요구받는 시기가 임박한 것 같다”면서 사실상 독자신당창당 발표가 입박했음을 시사했다.

    모임 내부의 신중론 제기 등을 이유를 들어 공식 독자신당창당 발표를 늦춘 것일 뿐, 사실상 독자신당창당에 방점을 찍고 일종의 ‘명분 다지기’ 차원의 시기 조율에 나선 상황.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독자신당창당추진)방식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방법에 대한 신중론”이라면서 사실상 독자신당창당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상 통합신당모임이 독자신당창당 추진에 방점을 찍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 안팎은 범여권이 그간 추진해 온 대통합신당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통합신당모임의 이같은 독자신당창당 기류는 그간 지지부진한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 대한 회의론과 대선일정상 더 이상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론이 맞물린 ‘고육책’적 성격이 짙은 측면이 있지만, 역으로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꼴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독자신당창당은 애초 통합신당모임이 기득권을 버리고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창당의 ‘물꼬’ 역할 자임을 내걸면서 열린당을 탈당했던 명분도 잃을 계기가 될 뿐만아니라, 정당이라는 틀을 갖출 경우 통합의 대상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판단이다. 정당으로서 당내 지분은 물론 정책노선 측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우려는 당장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인데, 열린당은 벌써부터 통합신당모임에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무산 우려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당 서혜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신당창당은 정치적 계산에 따른 조급함의 발로”라면서 통합신당모임의 이같은 움직임을 직격했다. 서 대변인은 “조급하거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통합은 통합이 아니라 분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것도 아니면 결국 소통합에 머무르거나 대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정치 공학적 계산과 술수에 의한 통합이 아니라 국민이 움직이고 국민이 인정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면서 통합신당모임의 진정성에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서 대변인은 또 “우리당을 탈당했던 분들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한다.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범여권 통합신당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탈당당시의 대의명분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정세균 당의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금 우리가 간절히 희망하는 것이나 국민들의 확고부동한 명령은 소통합이 아닌 대통합이고, 이를 통한 대선의 승리”라면서 “고양이를 그려서는 안 되고 호랑이를 그리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곤 최고위원도 “통합신당모임이 통합을 위해서 나갔는데 오히려 분열을 고착화시킨다면 이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라며 “통합이 아닌 분열을 고착화시킬 바에야 두 달간의 실험기간을 끝내고 당으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열린당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도로 열린당’을 하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열린당은 대괴멸이냐 소괴멸이냐를 걱정하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이런 관측과 달리 범여권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통합신당모임의 이번 결단이 범여권 내부의 통합신당추진 논의를 촉진시키는 '압박 효과'로 작용될 공산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통합신당모임이 독자신당창당 확정 발표를 놓고 잠시 결정을 유보한 채 사실상 시기적 조율에 나선 점이나, 양형일 대변인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진행중에 있다. 통합교섭단체 구성도 여전히 살아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면서 확실한 최종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장 통합의 우선적 대상인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박상천 새 대표를 만나 통합교섭단체 구성 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정동영․김근태 전직 열린당 의장들의 최근 행보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신당모임의 이번 결단이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을 놓고 각 정파들의 결단을 촉구한 측면도 다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무산 우려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열린당과 통합신당모임간의 공방 조짐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이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다소의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칫 책임 공방이 감정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경우, 범여권의 후보자간 선거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 마저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