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19일 최고위원회의 ‘주인공’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였다. 이날 오후 ‘잔류냐, 탈당이냐’를 놓고 고심하던 손 전 지사가 거취에 대한 최종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인 당 지도부는 손 전 지사를 어르고 달래기에 바빴다.

    이날 회의는 당 경선준비기구 ‘2007국민승리위원회’의 최종 활동보고를 하는 자리였지만 이미 ‘8월-20만명’으로 결정 난 경선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한나라당의 빛과 소금” “한나라당의 중요한 자산” “좋은 친구, 큰 재목, 동량” 등 손 전 지사를 치켜세우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경선 불참’을 넘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손 전 지사를 붙들기 위한 지도부의 간절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날 회의장에 모인 지도부는 여전히 손 전 지사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기자회견이 확정되자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관련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돼 있는 기자회견 전까지 강재섭 대표와 손 전 지사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손학규, 한나라당 변화의 시금석, 다양성 상징 인물" 극찬 쏟아져

    손 전 지사를 직접 설득하기 위해 강원도 양양 낙산사까지 가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던 강재섭 대표는 이날도 손 전 지사의 말을 인용, “그분의 입이나 측근들의 입보다는 그동안 살아온 손 전 지사의 행적에 무게를 두고 큰 결단을 내려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음 한 구석이 흔쾌하지 못해서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연 강 대표는 “모든 당원들의 간절한 염원과 애틋한 마음을 모아 손 전 지사에게 호소한다”며 손 전 지사의 경선 참여를 당부했다.

    강 대표는 “손 전 지사는 당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변화와 개혁의 시금석이고 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의 대변자, 다양성의 상징 인물이라고 확신한다”며 “하루빨리 당 지도부와 만나 경선뿐만 아니라 당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의 빛과 소금이 돼 주길 진심으로 호소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손 전 지사가 단순히 경선룰에 대한 시비, 작은 틀의 이야기가 아닌 전체적인 정치개혁 등에 오히려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지도부내에서도 손 전 지사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조간을 보면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참이니, 탈당이니 하는 우울한 소식을 접하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손 전 지사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난 14년은 한나라당과 함께 한 길이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힘찬 발걸음을 해왔다”고 한나라당 소속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를 버리고 가지도, 털고 가지도 않을 것이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중요한 자산이고 함께 해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고난과 고통을 참고 견뎌온 국민과 당에 보답하는 대열에 손 전 지사도 동참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좋은 친구이며 당으로 볼때는 큰 재목이고, 국가로 볼때는 동량인 손 전 지사가 외롭고 힘든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며 “지도자는 외롭고 힘든 길을 가는 것이다. 손 전 지사가 숙고 끝에 좋은 결정을 내려 당과 나라를 위해 하께 일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전여옥 “정치란 시작도 끝도 명분, 손학규도 하나의 벽돌에 불과”

    손 전 지사의 ‘결단’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천막당사에서 모진 비바람을 견뎌낸 한나라당은 100만 당원들의 눈물과 피, 헌신으로 지은 단단한 벽돌집”이라며 “대선 승리를 염원하는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100만 당원은 벽돌에 불과하다. 강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도 한 개의 벽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 후보도 마찬가지다. 손 전 지사는 ‘내가 벽돌이냐. 빼다 맞추는 벽돌이냐’고 했는데 옳은 말이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손 전 지사도 한 개의 벽돌이다”며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크고 단단한 집을 지으려는 벽돌 한 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정치란 시작도 끝도 명분이다. 지도자는 다른 사람이 가지 못할 길을 갈 때 지도자다”며 “손 전 지사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슬기롭고 헌신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국민과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가 되든지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피폐한 민생을 살리고 통일과 번영, 발전을 이루길 기원한다”며 “어떤 사람은 후보가 되고 어떤 사람은 이름 없는 지원자, 희생자가 되겠지만 모두 힘을 합해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정치인들이 결단을 내리는데 현명함을 잃어버려 본인은 물론 당과 국민에게 상처를 입힌 경험을 잘 알 것”이라며 ‘이인제 학습효과’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