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5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김성영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초대본부장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은 문제의 사학법이 2월임시국회 회기 막바지에 이르러 재개정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 법에 대해서는 한 자도 손댈 수 없다고 주장하던 그간의 태도를 생각하면 큰 변화라 하겠다. 그나마 이러한 변화가 있기까지는 대한민국의 민주사학을 수호하기 위한 교육계와 종교계, 그리고 언론과 애국시민단체 등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또다시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국가의 정체성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사학악법의 근본적인 개선은 ‘개방형 이사제’의 완전 폐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이 제도의 고수에 집착하면서 종교사학에 한해서 설립 종단에 개방형 이사의 2분의 1을 추천토록 하겠다는 식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기독교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여, 개방형 이사제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모든 사학에 외부 추천이사의 자격 요건을 정관으로 규정토록 하고, 종교사학은 설립 목적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설립 종단이 추천한 인사 중에서 학운위(대평의)가 2배수 추천토록 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더니 근일에는 이마저 거둬들이고 치졸하게도 마치 우는 아이에게 젖을 주는 식으로 종교사학만을 배려하겠다고 생색을 내는 것이다.

    이런 미봉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더러 일반사학과 종교사학 간에 갈등만을 부추길 뿐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처럼 민망한 방법으로 종교계마저 이기주의의 집단으로 오해받게 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도 위기에 처한 나라의 교육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이번에는 단호하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적당한 선에서 열린우리당과 정치적인 타협을 한다면 열린우리당 못지않게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될 것이다.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라는 무기로 법인의 고유 권한을 박탈하고, 사학의 건학이념과 자율성을 억압하는 무서운 독소 조항들을 그대로 둔 채 ‘재개정을 했다’는 명분용 미봉책으로 또다시 국민을 호도하고 사학을 좌절시켜서는 안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실체 파악이 어려운 법의 특성을 이용, 사학의 비리 척결이란 명분으로 온갖 규제 장치를 마련하여 사학의 지배구조를 바꿔 사회화할 위험성과 학내에 피교육자까지 참여시킨 별도의 의결기구를 둠으로써 법인을 무력화하고 교육질서를 문란케 하는 등 악용의 소지가 다분한 전대미문의 반민주 사학법을 이대로 둔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장래는 암담할 뿐이다. 이 법이 안고 있는 심각한 위헌성의 소지는 2005년 개정에 앞서 교육인적자원부의 자체 법률진단 결과에서도 진작에 밝혀진 바 있다. 개정 직후 사학재단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1년2개월이 지나도록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사실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명히 밝히는 점은,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사학법 재개정 관철에 앞장서는 것은 종교사학만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땅의 민주사학 전체를 지킴으로써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사학은 이번 진통을 계기로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운동(自淨運動)을 실천하여 국민교육의 전당으로서의 사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거듭 촉구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임시 미봉책으로 이 문제를 풀지 말고 국가 백년대계의 ‘교육논리’로 이제라도 정직하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우리나라 사학법이 이 지경이 된 데는 그동안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한나라당에도 똑같은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정치논리’로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여 재개정했다는 명분만 내세우는 역사의 과오를 범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