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7일 팽팽히 맞서고 있던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주택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학법의 개방형이사제 등 쟁점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양당 정책위의장단에서 하기로 해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열린당 장영달 원내대표와 김진표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와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2월 국회의 중대성을 감안해 주택법 등 민생 관련 법안들을 양당 합의정신에 입각해 2월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다고 열린당 이기우 공보담당 원내부대표가 전했다.

    그는 또 “사학법 재개정안은 2월 국회 중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양당 정책위의장간 협의하기로 했다”며 “요인 경호법 등 기타 현안 법안도 양당 정책위의장단 협의를 통해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당은 오늘 오후부터 곧바로 정책위의장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큰 틀에서의 합의는 이끌어 냈으나 각론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해 보인다. 이 원내부대표는 “양보한다 게 아니다. 개방형이사제에 대해 여론을 청취해 본 결과 바꿀 정도는 아니다. 당론을 지금도 변함없다”며 “사학법이 과도한 정쟁으로 가는 것 같아서 내용적으로 풀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원내부대표는 “주택법은 상임위 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해 하나의 합의안을 만들겠다”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민간부문 확대 둘 중 하나는 양보하겠다.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반대 의견도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그는 또한 “열린당이 사학재단과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그런 수준(한나라당안)에서 논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영달 "갈등 마무리해야할 의원이 머리 깎느냐"
    김형오 "정당 이념·노선 때문에 사학법 못고친다는 건 고답적"


    최종 합의까지 예상되는 험난한 여정은 사학법 재개정과 주택법에 대한 이견 절충을 위해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 회담에서도 나타났다.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댄 열린당과 한나라당은 시작부터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펼쳤다.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와 전 의장은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한 김 원내부대표를 비롯해 김양수·박세환 원내부대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주호영 의원까지 ‘거느리고’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회의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열린당 장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항의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방문으로 자리를 이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약속시간인 10시가 지나도 열린당 원내대표단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김 원내대표는 “지난 번 4당 원내대표 회담 때 한나라당이 늦게 왔다고 비판했는데 늦은 게 아니라 미리 장 원내대표에게 15분가량 늦겠다고 했고 약속시간에 정확히 왔다”며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 돼서 교만하다고 황당하게 당했다. 정치가 이렇게 무서운 식으로, 발목 잡는 식으로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10분가량 늦게 회의장에 도착한 장 원내대표는 “부동산 정책과 민생 관련 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강재섭 대표도 지난 청와대 회담에서 민생 문제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2월 임시국회가 결실을 많이 맺었으면 한다. 대선이 있어서 일도 못하다는 말 듣지 않게 생산물을 내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바로 사학법 재개정 문제부터 꺼냈다. 김 원내대표는 “장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되신 이후 수시로 접촉하고 사학법에 대한 입장과 뜻을 전달했으니 답을 가져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겠다”고 사학법 재개정을 압박했다. 그는 “국민의 대표기관이 특정 정파와 계파의 이익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며 “한 정당의 정책과 이념, 노선 때문에 사학법을 고칠 수 없다는 고답적인 자세에 국민들은 우려한다”고 비판한 뒤 “2월 임시국회가 편하게 진행되길 기대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하자”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장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3명이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가진 것을 지적하며 “사회에서 머리를 깎으며 의원이 말려야 하는데 의원이 머리를 깎았다. 정치가 국민들의 갈등을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그 자리에는 삭발을 한 세명의 원내부대표 중 김충환 부대표가 동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