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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를 '언론 때리기에 올인'할 모양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브리핑'에는 이미 언론 보도에 대응하는 '미디어 다시보기' 코너가 있지만 성에 안 차는 듯하다. 김상철 국정홍보비서관실 행정관은 '대통령의 말을 돌아본다'라는 시리즈를 7일에 이어 9일에도 게재했다. 김 행정관은 참여정부 초기부터의 보도를 사례로 제시하면서 노 대통령의 '막말'을 보도하는 언론을 비난하고 푸념까지 늘어놓았다.
김 행정관은 9일 글에선 "언론이 '말꼬리잡기' '일면부각' '자의적 해석' '시비를 위한 시비' '과잉비난' '없는말 만들기'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7일 글에선 "언론은 '받아쓰기에서 과잉비난으로' '맥락은 무시, 갈등만 부각' '가장 많은 정책이야기는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9일 올린 '대통령의 말을 돌아본다 2편'은 '대통령의 말은 이렇게 둔갑됐다. 실상을 알면 가슴이 무너지는 왜곡의 실상'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시작된다. 김 행정관은 언론에 인용된 "제가 찍힌 거지요" "미국한테 매달려 가지고" "난데없이 굴러온 놈" 등이 모두 문제 삼기에 좋은 사례란 것을 인정하기는 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 습관이 말 실수로 굴절된다"며 "노 대통령도 당황스러워한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오늘 이야기는 잘된 것 같다고 생각해도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김 행정관은 "거두절미를 통해 핵심을 전하는 것과 특정 발언만을 부각하는 건 다르다"며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외면하고, 일부 발언을 논란거리로 다루는 데 익숙한 태도는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의 말꼬리 잡기, 자의적 해석, 왜곡 등의 보도태도의 골이 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행정관은 언론 행태를 '말꼬리잡기' '일면부각' '자의적 해석' '시비를 위한 시비' '과잉비난' '없는말 만들기'로 나눠 조목조목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2003년 3월 6일 사설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됐겠는가'를 인용하며 그는 "방송의 독립을 강조한 말이 권언유착의 산 증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언론에 보도된 노 대통령의 '못해먹겠다' 발언에 대해서 그는 "실제 발언내용은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 (집단행동 등)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발언은 각종 집단행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책임 있는 태도를 아쉬워하는 심경의 일단을 피력한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이 말꼬리를 잡아 왜곡하고 있다는 것.
김 행정관은 "언론이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있다"고 비난하며 '고건 전 총리 실패한 인사(작년 12월 21일 민주평통상임위 연설)''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철회는 굴복, 임기 다 마치지 않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작년 11월 2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국민 평가 포기했다(지난달 3일 신년인사회)' '말귀 안 통한다(작년 12월 28일 정책기획위원회 오찬연설)' 등의 사례를 들었다. 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 할 일을 다하겠다고 말하는데 언론이 일면만 부각해 보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조중동'을 겨냥해 언론이 '자의적 해석'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8월 6일 열린당 지도부 초청오찬 관련보도가 대표적이다. 노 대통령은 '당을 잘 지키고 있으면 좋은 선장이 탈 수도 있고, 당 내외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된다. 이 배를 떠나서 다른 배를 타면 노선과 정책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며 "다음날 신문은 '노 밖에서 좋은 선장 데려올 수도…배를 지켜야(조선일보)' '대선후보 외부영입론, 여당 중심 정계개편 시사(중앙일보)' '점찍어 놓은 외부선장 따로있나(동아일보)' 등으로 발언내용보다는 해석에 무게를 뒀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일보를 자주 인용하며 김 행정관은 "당청분리를 구현한 노 대통령의 '난 여당의 영수 아니다' 발언(2003년 7월 21일)이 다음날 조선일보에선 분분한 해석을 달고 나왔고, 2006년 5월 25일 충북 청원군 주민 한마당 잔치에 참석해 음식을 시식하며 노 대통령이 '요새 항상 배가 고프다'발언에 다음날 조선일보는 '마음 편할 리가 없어 보인다. 잠도 잘 안오고 배도 고픈 것이 노 대통령의 요즘인 것 같다'는 참 풍부한 해석을 붙였다"고 비난했다.
김 행정관은 이어 언론이 '시비를 위한 시비'를 걸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정작 언론이 문제를 만든 경우도 많다"며 "노 대통령이 해외 동포간담회에서 나온 말들은 발언취지를 '모른 척'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잉비난'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시비도 있다"며 "노 대통령의 부담 없는 농담이나 듣는 이의 체감을 높이기 위한 격의 없는 비유도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없는 말 만들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작년 8월 13일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 관련 보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며 "도 넘은 횡포고, 불확실한 전언을 근거로 한 미확인 보도"라고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 또 다시 조선일보를 인용하며 그는 "조선일보는 2004년 1월 12일에 '검찰 두 번은 갈아 마셨겠지만…'이란 기사를 실었다"며 "당시 발언은 2003년 12월 30일 노 대통령이 측근들과 가진 송년오찬에서 '내가 (인사권자로서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은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고 이 신문은 1년여 뒤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행정관은 "노 대통령의 말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보도사례들은 앞뒤 사설은 빼고 요점만 남기는 거두절미가 아니라 문장에서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 인용하거나 자기 뜻대로 해석해 쓰는 단장취의(斷章取義)에 가깝다"며 "발언의 특정 부분만을 부각하거나, 앞뒤 맥락 없이 인용해 취지를 왜곡하고, 자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의 말을 시비거리로 삼는 것이 그 같은 경우"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인터넷에 '다음날 조중동은…'시리즈가 생겨나는 것은 "언론의 노 대통령 발언 왜곡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패러디"라며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언론이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거나, 손가락은 커녕 대통령의 입만 바라봤던 결과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7일에 시리즈 첫 편으로 게재된 글은 언론을 '받아쓰기에서 과잉비난으로' '맥락은 무시, 갈등만 부각' '가장 많은 정책이야기는 외면'이라고 비난했다. 김 행정관은 '대통령 말꼬리 말고 민생정책을…, 말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어쩌라는 겁니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엔 언론은 받아쓰기만 했었지만, 이젠 과잉비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행정관은 "과거 '땡전뉴스' 때 언론은 꼬박꼬박 받아쓰기에 만족해야 했다"며 "조선일보 1면에 게재된 기사 중 무작위 추출한 대통령 관련기사 592건에 대한 분석결과는 그 같은 양상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 행정관은 이어 "한 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대통령 관련 부정적 기사비율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엔 16%를 유지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28%, 노 대통령 들어서는 50%로 급증했다"며 월간 '신문과방송' 2005년 2월호에 실린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의 글을 인용했다. 그는 "탄압과 유착의 과거사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부정적 기사와 긍정적 기사비율의 역전은 정권 비판에 대한 언론의 자유도를 보여주는 수치일 수도 있다"면서도 "오히려 문제는 과잉과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행정관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맥락은 무시되고 갈등만 부각된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1~2시간씩 이어지는 노 대통령 발언에서 '야마(주제)'를 뽑아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들에게는 고역일 수 있다"고 '어쭙잖은 걱정'을 한 뒤 "그렇다고 취지와 맥락을 외면한 채 앞뒤 잘라 자극적인 대목만을 부각하는 것은 언론의 책임방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론이 정책은 외면한다면서 "노 대통령 말에 담긴 여러 정책 궤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말꼬리를 뒤쫓는 정성보다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 김 행정관은 "정치언론은 특히 메시지를 파악하기보다 논란을 만드는 데 더 익숙하다"고 비난하며 "정치언론이 말에 대한 온갖 시비를 제기해도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국민에게 말하고, 말을 걸 것이다. 언론이 외면하더라도 국민이 귀 기울일 것"이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