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한 앞뒤가 맞게 행동해라”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 의원들이 30일 당 사수파 진영을 향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그토록 통합신당 추진에 반발해 왔던 사수파가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단 한마디의 해명과 사과도 없이 입장을 바꾸고, 이제와서 통합신당파가 조용히 해 주길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열린당이 다시 당의 진로 문제를 놓고 위기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희망21’ ‘실사구시’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국민의 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는 등 통합신당파 5개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전날(29일) 중앙위에서 나타난 사수파 진영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전날 중앙위에서는 탈당 러시를 우려한 사수파가 기존의 입장을 변경함에 따라 '평화개혁미래세력의 대통합신당 추진'이 전당대회 의제로 만장일치 가결됐었다. 그러나 그 전까지 사수파는 통합신당추진과 지도부 합의추대라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합의사항을 거부하고 전대에서 대의원 서명을 받아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고 지도부 선출을 경선으로 몰아가려는 등 한바탕 세대결을 예고했었다.

    이와 관련, ‘국민의 길’ 소속의 전병헌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준위 합의사항까지 전면 거부하며 그토록 통합신당 추진에 반대해 왔던 사수파가 한마디 해명과 사과없이 입장을 바꿔놓고 이제 와서 갑자기 조용히 하라는 것이냐. 자신들의 주장에 최소한 앞뒤라도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이는 과거형 정치문화"라고 말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사수파 의원들을 만난 직후 사수파의 기존 입장이 변경됐음을 은연중에 겨냥했다. 

    전 의원은 전준위에서 합의한 지도부 합의추대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 사수파는 ‘합의추대를 할 것인지, 경선으로 나설 것인지’ 등의 이런 부분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도 요구했다. 합의추대를 하기로 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합의인 만큼, 특정 후보가 지도부 선거에 나서다면 경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수파가 지도부 경선을 작심하고 후보를 낸다면 경선을 해야 하고 그럴 경우 정치적 합의는 완전 파기된다. 

    이날 통합신당파 5개모임은 또 사수파를 겨냥, “탈당 의원들의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진정성을 이해해야지, 왜곡해서 비판하거나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탈당 의원들은 국민의 신뢰를 새롭게 창출하려는 고민과 진정성을 갖고 몸을 던진 것”이라면서 “사고가 딸리거나 도덕적으로 뒤떨어져서 탈당하는 게 아니다. 이들에게 정치적 상처를 내고 공격하는 것은 자제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와 함께 기간당원제 폐지를 주요골자로 한 당헌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과 관련해서도 “기초당원이냐 기간당원이냐의 문제는 당내 문제일 뿐 국민과 민생 문제는 아니다”면서 “당만의 문제로 그간 티격태격해온 것이 중앙위 의결로 해결된 것이지, 당과 국민 신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중앙위의 의결 의미를 축소했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중앙위의 만장일치 의결에도 불구하고 2․14 전당대회가 평화미래세력을 한데모아 중도개혁통합신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고민을 토론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탈당 명분 찾기에 나선 모습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전 의원은 “소수(당 사수파)를 상대로 해서 논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위기를 모면하지 하루도 안돼 위기가 재점화되는 모습인데, 탈당 의사가 알려진 김한길 원내대표 및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탈당 선언이 이어진다면 당이 급속히 붕괴될 조짐마저 엿보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