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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29일 그간 논란이 일었던 기간당원제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한 당헌개정안에 대해 중앙위원회를 소집,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 해체의 분수령으로까지 여겨졌던 이번 논란이 일단락됨에 따라 열린당은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모습이다.
그러나 강경 통합신당파가 중심이 된 탈당 움직임을 막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근태 의장계 의원과 다수파 진영의 ‘한숨돌린’ 분위기와는 달리 통합신당파 진영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통합신당 구축 방법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위의 이번 논란 매듭과 무관하게 탈당 움직임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설명이다.
신당파인 양형일 의원은 이날 오후 중앙위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다시 정치행위로서의 문제로 복원시켰다는 정도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라면서 중앙위 결정의 의미를 대폭 축소했다. 신당반대파 당원들이 제기한 당헌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용인해 중앙위원회를 재소집한 것인 만큼, 이는 원래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다시 정치적 행위로 복원시킨 것으로 별도의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양 의원은 이어 “기간당원제냐 기초당원제냐 하는 것은 통합신당파가 주장하는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이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오늘 중앙위원회의 결정이)대통합세력구축 방법에 대한 의견일치로 보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아직 (탈당 움직임은) 살아있다”고 말했다. 중앙위 결정이 탈당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리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염동연 의원이 중앙위 결정과 무관하게 30일께로 탈당을 사실상 예고해 놓은 상황이고, 일부 지도급 의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향후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열린당이란 틀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앙위 결정으로 탈당 시기는 늦춰지겠지만, 탈당 러시는 불가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신당파의 이런 모습과 달리, 김근태 의장계와 당 사수파 진영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은 그간 논란이 된 기간당원제 폐지안을 중앙위가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내달 14일 전당대회에서 질서있는 통합신당 추진 논의가 가능해진 만큼 탈당파 의원들의 탈당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때문에 잇따른 ‘탈당 러시’ 움직임도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 사수파인 유기홍 의원은 “새로 힘을 모아 대통합으로 가는 전기가 될 것”이라면서 “중앙위 만장일치 결정이 내려져 탈당 명분도 적어졌다”고 말했다. 별다른 이견없이 중앙위가 사실상 만장일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탈당파 의원들의 탈당 명분을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계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도 “생각지도 못했던 정도로 위기 속에서 결속력을 보여줬다. 큰 걸림돌을 넘어섰다”면서 “(사실상의 만장일치) 정도의 합의로 대통합신당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만장일치로 당의 진로가 결정된 상황인데, 탈당할 일은 아니다. 오늘 결정 내용을 보면 탈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염동연 의원이 탈당하겠다면 스스로 판단할 일인데, 나머지 분들은 같이 갈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탈당 흐름에 일단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김 의장도 중앙위 결정에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분발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자 신념과 소신이 확고하지만 당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의 결정을) 신중하게 받아들일 책무가 있다”며 탈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한편, 열린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총 재적위원 63명 가운데, 찬성 62명 반대 1명(김두수 중앙위원,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친동생)으로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고 기초․공로당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당헌개정안을 무난히 통과시켰다. 또 내달 14일 치러질 전당대회 의제와 관련해서도 평화개혁미래세력의 대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날 중앙위가 끝난 직후, 한 의원은 이번 중앙위의 결정과 관련해 “김 의장이 그렇게 환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