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6일 사설 '대통령, 이야기 그만 할 때 됐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흔들리는데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결부하지 말고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주요 TV가 모두 생중계한 연두회견을 이용해 여당 지지 운동을 한 것이다. 물론 역효과가 났을 것이다.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을 향해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도 1위 후보가 떨어졌다”면서 “지금 당 지지율이 낮다고 포기하지 말라. 열심히 가면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여당에 전화로 할 이야기를 국민용 TV를 통해 한 것이다. ‘국사(國事)’와 ‘당사(黨事)’의 혼동이다.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올 한 해 국정에 대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다. 그런 자리라는 전제 아래 공공의 소유인 TV전파를 독점해서 생중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런 자리를 여당 수석당원으로 대선운동의 찬조 연설을 하고, 응원가를 부르는데 이용했다. 대통령이 전 국민이 보는 TV에 나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크게 뭉쳐서 가자” “우리는 동지들이다” “당원 동지들에게 말할 게 있다”고 한 것 등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다. 이런 식의 여당 지원은 사실은 여당을 돕는 게 아니라 이미 새고 있는 여당의 쪽박까지 깨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야당 대선주자를 겨냥해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또 여권의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한 경제학자까지 겨냥해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복지가 쟁점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사흘 전 국정연설에서도 “경제만 말하는 지도자는 필요 없다” “경제 기술자는 안 된다”고 같은 말을 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을 겨냥한 것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런 대통령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국민은 없다. 오히려 대통령의 이런 언동 덕택에 대통령이 깎아내린 그들은 좀 더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됐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중립을 지키라”는 선관위의 경고를 받고서도 여당 지지 발언을 끝까지 밀고 가, 결국 탄핵이라는 소용돌이를 몰고 왔던, 그래서 큰 재미를 보았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이제는 대통령이 도우려 하면 해치게 되고, 깎아내리려 하면 솟아오르게 돼버린 것이다. 입을 다무는 게 좋다. 그게 또 국가와 국민을 돕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