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밍업을 끝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당내에서 ‘후보 검증’ 논란이 뜨거워질수록 박 전 대표는 오히려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부터 고수해오던 ‘육영수식 올림머리’ 스타일까지 바꾸며 바지 차림에 ‘전투모드’를 갖춘 박 전 대표는 18일 후보 검증과 관련, “예방주사 백신 맞는 기분으로 자체적으로 걸러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시민연대 창립 6주년 기념’ 초청 강연에서 “의문 나는 것,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쳐 김대업 같은 사람 10명이 나와도 아무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한나라당 후보로 내야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선이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하지만 경선이 다가 아니고 싸워야 할 상대가 있다”며 “상대는 지난번에 엄청난 네거티브를 했고 이번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본선에서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후보검증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강연이 끝난 후 이 전 시장의 팬클럽 '명박사랑'이 자신의 사생활을 검증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고 싶다. 얼마든지 조사해봐라"고 말했다고 이정현 공보특보가 전했다.

    그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에 반대한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듯 “충청권에서 졌기 때문에 대선에서 두 번 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테러당하고 퇴원한 뒤 제일 먼저 간 곳이 대전이다. 중요하기에 그랬다”고 충청권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 중 하나를 ‘대세론’이라고 지적하며 ‘이명박 대세론’을 경계했다. 그는 “대세론에 안주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이 열심히 뛰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이번에는 대세론에 안주하지 않고 나라의 운명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75개 보수단체가 모인 이날 행사에서 “나에게 남은 것은 나라와 국민 밖에 없다”며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한 마음, 결연한 용기를 갖고 나가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집토끼’인 보수진영부터 확실히 잡으려는 듯 박 전 대표는 이날 ‘우리’ ‘동지’ 등의 표현을 쓰며 보수진영과 자신을 일치시켰다. 또한 “주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나 거리에서 많이 봤다. 밖에서는 큰 소리로 인사드리고 말했지만 오늘은 지붕이 있는 곳에서 조용하고 진지하게 말할 수 있어 참 좋다”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강연에 참석한 보수단체 사람들은 20번의 박수로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안보’와 ‘정체성’을 강조했다. 후보검증을 거쳐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를 당 대선후보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내가 한나라당 대표가 된 후 이 정권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나는 그것이 바로 이 정권이 가져올 국가혼란의 핵심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와 토대를 지키겠다고 행동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핵전쟁이 난다’고 협박했다”며 “핵을 보유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남한 선거에 개입해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권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내정간섭이자 남한사회에 대한 ‘정치적 핵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또 “입만 열면 자주를 부르짖던 (노무현) 정권이 북에 대해서는 너무나 비굴하고 굴욕적”이라며 “탈북 국군포로 3명과 가족 9명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북한에 강제로 끌려가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한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보여주고 있는 북한과 노 정권의 태도야말로 금년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12월 대선이야말로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혼돈과 퇴행의 역사를 끊어야 한다”고 정권교체를 역설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안보’야말로 우리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며 “이 정권은 북핵실험 강행으로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발생했는데도 대통령이 나서서 오히려 안보를 뒤흔든다. 기가 막힌 일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북핵 해결 없는 남북정상회담 반대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재검토를 거듭 주장하며 “국민 모두 안심하는 건강하고 튼튼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선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4가지 과제 중 첫 번째를 튼튼한 안보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수호로 꼽은 박 전 대표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에는 법 위에 ‘떼 법’이 있다”며 공권력을 바로 잡아 무너진 국가 기강을 세우는 것을 두 번째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경찰이 불법 시위대 눈치를 봐야 하고 불법 시위를 일삼는 시민단체에 국고보조금을 주고 세제 지원까지 하는 현 정부의 치안 포퓰리즘부터 당장 버려야 한다”며 “불법 파업을 하는 강성·귀족·비리 노조가 이 땅에 더 이상 발붙이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공공의 적’일 뿐이다”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그 외에도 ‘국민화합’과 ‘올바른 리더십’이 국가 선진화를 위한 과제라고 말했다.

    강경한 어조로 노 정권을 비난한 박 전 대표는 “올해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택으로 선진한국으로 나갈 수 있도록 나라사랑의 소중한 뜻을 모아주기를 부탁한다”며 “여러분과 힘을 모아 절망의 시대를 희망의 시대로 되돌려 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