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 사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대한민국 국무회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외교부장관과 국정홍보처장에게 세계 각국의 기자실에서 기자 몇몇이 죽치고 앉아 담합하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증진계획을 언론들이 출산비용 지원으로 축소하고, TV에서 ‘대선용 의심’이라고 보도했다면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은 보도가 이렇게 된 원인이 “기자실 몇몇 기자가 담합해 기사를 획일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언론에 퍼부어 온 폭언은 헤아릴 수도 없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 거의 전부가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어제 말한 ‘기자실에서 몇몇 기자가 죽치고 앉아 모든 언론에 나는 기사를 똑같이 만든다’는 얘기도 현재 언론에 기사가 작성돼 보도되는 과정을 100분의 1만 알아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소리다.

    언론에 대해 그만큼 무지하다는 말이다. 현실을 모르니 막말도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요즘 신문기자들이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자주 올리는 자칭 ‘기자’들인 대통령 주변의 386처럼 그저 죽치고 앉아서 작문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민 세금으로 밥 먹는 청와대 철밥통이야 그래도 되겠지만, 경쟁에 쫓기는 기자들이 그랬다간 목이 몇 개라도 온전하기 힘들다.

    한심스러운 것은 대통령이 기자실 담합을 조사하라고 외교부장관에게 특별지시를 하는 이 나라의 국무회의다. 어제 국무회의 장면은 한 편의 코미디다. 이제 외교부장관은 세계 각국의 대한민국 대사관에 특별 지시를 하달할 것이고, 외교관들은 그 지시를 받아 주재국의 정부 부처 기자실에서 기자 몇몇이 죽치는지, 담합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세금 내는 국민을 능멸하는 일이고, 외교부와 외교관들에 대한 모욕이다.

    대통령은 “올해는 국민평가에 신경 안 쓰겠다”고 했는데, 정말 안하무인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국무회의를 동네 구멍가게보다도 못하게 만들 수는 없다. 대통령과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쳐다보며 코미디 프로를 떠올리는 국민은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