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신당창당에 적극적인 고건 전 국무총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의장의 실명을 언급하며 무차별 비난을 가해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하여튼 뭐 실패한 인사"라는 직접 공격을 받은 고 전 총리는 22일 '나의 입장'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그것은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들어 국정을 전단한 당연한 결과"라고 맞받았다. 그는 "내가 재직동안에는 여소야대정국이었지만 차질없이 국정을 운영했는데, 물러난 뒤에는 여당이 제1당이었음에도 국정운영은 난맥을 거듭해 오지 않았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 전 총리는 또 "노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하는 '고립'은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21세기 국가비전과 전략은 커녕 민생문제도 챙기지 못하는 무능력, '나눔의 정치'가 아니라 '나누기 정치'로 일관한 정치력 부재의 자연스런 귀결"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총리직을 제의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고 고뇌했지만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해야한다는 많은 사람의 권유와 종용에 따라 이를 수락했다"고 밝혀 총리직을 수행한 것이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받은 직후인 21일 저녁 고 전 총리는 "내가 직접 나서야하지않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노 대통령이 손으로 연단을 내리치며 흥분하고, 때로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시비걸 듯 욕지거리에 가까운 '작심발언'을 한 의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고 전 총리는 "나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고 애둘러 표현했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배경에 정계개편 중심축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보수층을 껴안기위해 고 전 총리를 기용했지만 양쪽다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직격한 것은 '범여권 대선주자'인 고 전 총리를 정계개편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이 '내 생각에 고건은 아니다'라는 것을 여당내 신당파에 강하게 경고했다는 의미다.

    내년 대선정국에서 '노무현 역할론'이 본격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링컨 흉내 좀 내려고 했는데 잘안된다"며 김근태 정동영을 굳이 거론한 것은 이들의 '신당창당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메시지로 읽힌다. '신당파'와 '친노사수파'로 갈려있는 여당의 내란과 측근인 안희정씨를 비롯한 친노세력의 본격적인 움직임 속에서 노 대통령이 '피아'를 구분지으며 각을 세워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고건 전 총리의 성명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그것은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들어 국정을 전단(專斷)한 당연한 결과이다. 

    내가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의석이 46석에 불과한 여소야대 정국이었으나 총리 주재로 4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를 매주 정례화하여 국가적 현안과제들을 정치권과의 조율을 통해 원만히 해결해 나감으로써 큰 차질 없이 국정을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내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여당이 원내 제1당이었음에도 국정운영은 난맥을 거듭해 오지 않았던가.

    노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하는 `고립'은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편 가르기, 21세기 국가비전과 전략은 커녕 민생문제도 챙기지 못하는 무능력, `나눔의 정치'가 아니라 `나누기 정치'로 일관한 정치력 부재의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나는 참여정부 초대 총리직을 제의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고 또 고뇌했다. 그러나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권유와 종용에 따라 이를 수락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의 협조를 얻어 국가적 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한 데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언행은 신중하고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