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당선 감격에 빠졌던 2002년 12월 19일.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날의 영광 대신, 정계개편을 포함한 당의 존폐 여부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 각 계파의 사활을 건 세결집이 한창이다. 대회전을 앞둔 치열한 ‘생존게임’이 아이러니하게도 노 대통령 당선의 ‘영광’(?)스러운 기념일에 버젓이 벌어질 예정이다.

    우선, 대표적인 친노 외곽조직인 ‘국민참여1219(국참)’가 친노그룹 의원들을 비롯한 당외부 친노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1219 4주년 기념강연회’를 열고 최근 당의 진로를 둘러싼 문제와 관련한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선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1219정신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또 ‘당 사수’를 외치며 당내 통합신당파에 맞선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 김형주 의원이 ‘새로운 전진을 위한 성찰, 이해와 소통’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질 당내 '통합신당파'와의 일대 대결전을 앞두고, 8․15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정치적 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안씨까지 나서는 등 본격적인 ‘세결집’에 나서는 것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향하여…’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토론회에는 이들 외에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 영화배우 출신 명계남씨 등 극렬 ‘노빠’ 회원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부터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열린당 최고위원이 과거 개혁당 당사가 있었던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에서 지인과 지지 당원들을 초청해 ‘민부정책연구원’ 개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연구원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나, 정치권 안팎에선 이를 사실상의 대선캠프로 받아들인다. ‘신당이냐, 당 사수냐’를 놓고 당내 통합신당 추진파와 친노진영의 극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정치적 발판 마련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당 사수’를 내건 친노 진영의 세 규합 움직임에 맞서 통합신당파도 이날 대토론회 등을 통해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선다. 노 대통령 당선의 '영광'이라는 이날의 의미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안정적인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실사구시’ ‘희망21’ 등 당내 중도실용성향의 각 의원그룹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중도정치구현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그간 열린당이 지나친 이념 개혁에 치우쳐왔던 점을 반성하며 실사구시적 통합신당의 비전을 제시해, 중도세력의 대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개모 소속의 김성곤 의원은 이날 대토론회를 통해 고건 전 국무총리, 민주당, 국민중심당까지 같이 하는 (가칭)‘중도포럼’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열린당 내 중도세력과 고 전 총리,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이 ‘중도’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통합신당 논의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동시에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진 일대 대결전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중도포럼’과 관련, “향후 열린당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신당 추진이 결의되면 통합수임기구에서 제 세력간 공식적 접촉을 할 것이므로, 중도포럼의 중재 역할이 필요 없게 되겠지만 전당대회가 파행되면 ('중도포럼‘이) ’헤쳐모여‘를 위한 제3의 지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중도포럼‘이) 신당의 모태가 될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번째 맞는 12월 19일, 열린당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닥칠 대회전을 놓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다. 그날의 감격은 현재의 열린당에는 오히려 '사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