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빅3’ 중 한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개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향해 ‘수구·보수·꼴통’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으며 연일 당의 환골탈태를 강조한다.

    손 전 지사는 지난 11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광주 해방구’ 발언을 한 김용갑 의원 대신 사회봉사활동을 한 강재섭 대표에게 “당 대표가 윤리위에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하고 물타기하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이러니까 한나라당이 ‘보수꼴통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12일에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조찬강연에서 “지역주의에 안주하는 한나라당, 합리적인 개혁을 거부하는 수구적인 한나라당, 미래 세대로부터 외면 받는 한나라당으로는 집권이 어렵다”며 “설령 집권하더라도 국민 대통합의 기초 위에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과제를 지금의 한나라당은 감당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도록 당을 변화시키고, 환골탈태한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을 완벽하게 책임져 나가도록 하는 일이 저 손학규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화운동경력을 갖고 있으며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개혁 이미지’가 강한 손 전 지사가 ‘개혁·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동안 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북핵 사태 이후 강경한 목소리를 내오던 손 전 지사가 다시 개혁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점이 미묘하게도 당내 소장파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의 대권출마 소식이 알려진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손 전 지사의 ‘개혁 이미지’ 강화를 원 의원에 대한 견제 차원의 대권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손 전 지사에게 소장파는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돼 왔다. 그런 소장파 내에서 독자 후보가 나오게 된다면 아무래도 당내 개혁 성향의 지지세가 둘로 갈라지게 돼 손 전 지사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개혁 이미지’를 두고도 원 의원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원 의원은 13일 새정치수요모임에서 소장파 의원들에게 손 전 지사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내 중도개혁 세력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적 경쟁상대를 손 전 지사로 지목한 것이다.

    ‘마의 5%벽’을 힘겹게 뛰어 넘고 재도약 기회를 노리고 있던 손 전 지사에게 ‘원희룡’이라는 또 다른 벽이 생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원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으로 개혁 성향 지지자들을 한나라당에 묶어 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원 의원과 ‘공통분모’를 많이 갖고 있는 손 전 지사로써는 이를 여유롭게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개혁 색채를 더욱 뚜렷이 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원 의원과 함께 당내 대표적 소장파로 꼽히는 정병국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손 전 지사는 그동안 당내 경선을 의식한 (보수적인) 행보로 자신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전략상 오류였다”며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원희룡·고진화 같은 또 다른 대권주자들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개혁을 강조하는) 지금의 방향이 옳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면 개혁을 외치는 다른 주자들이 나올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며 “개혁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다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 전 지사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