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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일 사설 '노무현 대통령 모시고 국민 노릇하기 어렵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은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띄웠다. 대통령은 3일 인도네시아 방문길에 오르기 전 이 편지를 써놓고 자신이 출발하면 띄우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대통령이다. 이런 나라 안팎 사정 속에서 이 편지를 쓸 생각이 들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대통령은 편지에서 야당·지역구도 아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야당과 같은 주장을 하는 답답한 여당 사람들 때문에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권도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발목이 잡혀 제대로 행사할 수가 없다. 여당 사람들도 가끔 야당과 같은 주장을 할 때는 답답하다”고 했다. 대통령은 “지금 열린우리당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만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여당의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와 (대통령의) 탈당은 (여당의 어려움을 푸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의 본분은 대통령이 낸 법안과 예산, 인사안의 정당성을 국회에서 따지는 것이다. 이런 구실을 하지 못하는 야당은 야당이 아니다. 또 대통령과 집권당 사이에 이견과 불화가 있다면 그건 그 집안의 가풍 탓이지 남의 탓을 할 일이 못된다. 그런데 대통령은 ‘야당이 야당하기 때문에’ 또 ‘우리 집안 불화 때문에’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대접해 준 적이 없다. 그래 놓고서 이제 야당이 대통령 대접을 안 해준다고 한다. 당정 불화와 반목의 씨앗을 먼저 뿌린 사람도 대통령이다. 집권당 대표가 몇 차례 면담 신청을 해도 들은 척 만 척 하고, 명색이 집권당이 대통령 제안을 TV로나 전해 듣도록 모욕을 준 게 대통령이다. 그러고선 이제 야당이나 여당이나 똑같다고 불평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선 국가 네트워크의 중심축인 대통령이 자신의 팬클럽을 제외한 국가의 모든 세력과 반목·대립·불화하고 있다. 친구를 늘리는 대신 적을 만들고 늘리고, 앞선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대신 선인의 발자취를 모두 뭉개버리는 리더십의 말로란 이처럼 막막하고 적막한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에선 대통령하기보다 국민 노릇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