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정부 기구 진출 현황을 다룬 ‘참여연대 보고서’(자유기업원 출간)를 놓고 일부 방송 등 언론이 참여연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참여연대에 '면죄부'를 주는 식의 보도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번 ‘참여연대 보고서’에서도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 30여명이 방송위원회 한국방송공사 언론중재위원회 등 방송관련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심의하는 등의 주요직에 포진해 활동중인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같은 일부 방송의 '편파'보도 의혹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참여연대 전.현직임원의 방송관련 및 독립기구 진출 현황을 다룬 아래표 참조> 

    보고서를 펴낸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는 11일 뉴데일리와 만나 “이번 ‘참여연대 보고서’에 대한 각 방송사 등 일부 언론의 보도 과정을 보니, 참여연대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특정 방송사인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을 거론하며 방송의 참여연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현실을 강력 비판했다.

    ‘시선집중’은 참여연대의 전․현직 임원 417명(현재 직업이 확인된 경우) 가운데 150명(36.1%)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산하 각종 위원회 등 313개 자리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참여연대의 권력기구화’ ‘참여연대의 관변단체화’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2일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당시 김 처장은 “학자가 논문으로 문제를 지적했는데 상당한 의도와 왜곡이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그것이 유석춘 교수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저희가 발표했던 삼성보고서에 대한 맞대응을 하기 위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어떤 대기업의 용역을 받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참 저희로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또 “이것(참여연대 전․현직 임원들의 공직 진출 수)은 상당히 부풀려진 의도에 따라서 숫자를 부풀린, 학문적으로는 통계의 조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김 처장의 ‘일방적인 반론’식으로 전개된 이날 인터뷰 말미에 진행자 손석희씨는 "유석춘 교수가 이 방송을 보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저희들이 반영할 수 있다면 반영하겠다"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를 놓고 유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불러서 보고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우선 들어보고 참여연대의 입장을 듣는 것이 순서일텐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빼버리고 문제를 제기당한, 참여연대의 사무처장을 인터뷰하는, 참여연대에 면죄부를 주는 식의 방송을 하고 있다”면서 개탄했다. 유 교수는 이어 “기본적으로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양식이 망가졌다”고 울분을 토한 뒤 보고서에서 나타난 참여연대 전․현직 출신 임원들의 방송관련 정부 기관 진출을 설명하면서 “방송이 참여연대와 이런 식으로 유착이 돼 있으니까, 참여연대 출신들이 이사 등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며 발끈했다. “이런 식의 방송도 (윗 사람으로 참여연대 출신이 있으니까) 스스로가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실제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연대 창립 인사로 지난 2001년까지 6년간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원순 변호사(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경우 방송 관련 분야에는 한국방송공사 이사, 방송위원회 법률자문특별위원회 위원 등에 진출해 있었다. 박 변호사의 한국방송공사 이사 진출은 노무현 정부들어 이뤄진 것이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방송외 일부 특정 신문사를 겨냥해서도 보도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자 윤리문제까지 거론했다. 유 교수는 “대체로 (이번 보고서 보도과정을 보면)신문의 경우 참여연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일부 특정 신문사의 경우 의도적으로 박원순 변호사의 이름을 빼고 보도를 했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유 교수는 이어 "그래서 그 이유를 해당 신문사에 물었더니 기가 막혔다"고 혀를 찬 뒤, "담당기자가 ‘박원순씨를 평소 좋아하고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이런 보도가 나가면 안된다’  ‘박원순씨한테 신세진 것도 많고 흠집 안 내게 해야 한다. 그래서 뺐다’고 얘기했다"고 전하면서 ”황당하다. 박원순씨 이름은 나오면 안 되고 다른 사람 이름은 나와도 되는 것이냐. 이같은 잣대가 어디 있느냐“면서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한편 유 교수는 지난 9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참여연대 전.현직 임직원 1/3이상이 정부 권력기구에 가 있다는 것은 시민단체라는 수준을 넘어서 정부권력과 유착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이 정도로 권력과 유착된 시민단체는 처음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권위주의 정부 시대, 육사출신의 정부 기관 진출정도가 이에 버금가는 일인 것 같다”면서 참여연대의 자성을 촉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