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방은 떠나고 경제는 몰락하고 안보는 무너지고 국민은 두렵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박종순 목사)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2일 오후 주최한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가 열린 서울 시청앞 광장에는 ‘국가안보와 교육’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한손엔 태극기를 다른 한손에는 ‘작통권논의중지, 사학법재개정’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삼삼오오 광장에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은 뜨거운 햇살과 3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서울시청 광장과 인권위원회 앞은 물론 서울프라자 호텔에서 덕수궁 앞까지 발디딜 틈 없이 행사장 주변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김성은 이상훈 전 국방장관, 김상태 전 합참의장 등을 비롯한 전직 군 수뇌들과 전국 11개 시도지역 재향군인회와 베트남 참전 유공자 전우회 등 63개 참전 친목단체를 비롯한 300여개의 보수 시민단체와 기독교 단체, 일반시민 20여만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국가이익 외면하는 반미친북 척결하자’, ‘작통권 논의 즉각 중단하고 개악 사학법 즉각 재개정하라’ 등의 문구가 새겨진 애드벌룬과 수십개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행사 시작 10여분을 남기고 흥분한 일부 예비역들은 북한 인공기 2개를 태우기도 했다.

    지난 연말 사학법 재개정 장외투쟁 집회 이후 처음으로 장외집회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전시작통권과 개정사학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이재오∙전여옥 최고위원 등을 비롯해 이상득, 김용갑, 공성진, 박진, 나경원, 박재완, 김학원 등 20여명의 당 소속 의원들이 참가해 단상 앞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다.

    이날 행사는 1부 구국기도회와 2부 국민대회로 치러졌다. 1부 한기총 주최 ‘구국기도회’가 시작하자 이 전 시장은 시종일관 눈을 감고 기도에 전념했다. 전 최고위원과 나 대변인, 송 의원도 태극기를 든 손을 허공에 높이 쳐들고 기도에 열중했다.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안영로 목사는 기도를 통해 “노무현 정권은 사학법으로 국가의 백년대계 흔들고 북한이 핵개발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이런 상황에 작통권 환수 논의를 끄집어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기총 명예회장 길자연 목사도 “요즘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회 현상중 하나인 바다이야기 등 사행산업과 양극화,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 등이 국민들을 괴롭히고 불안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학교를 걱정하고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시청 앞 광장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3시 45분, 2부가 시작되기 앞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울만한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참가자들의 손과 머리를 지나 광장 뒤쪽에서 중앙 단상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가 단상 앞으로 이동하는 동안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박세직 향군회장은 대회사에서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의 버팀목이던 한미연합사의 자동해체를 가져와 한미동맹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려, 핵과 미사일로 남한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북한의 남한 ‘적화전략’을 숭배하는 이적행위”라고 전제한 뒤 “전시작통권은 자주, 주권 문제와 결부시킬 일이 아니다. 주권, 민족자존심 중요하나 민족생존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 땅이 공산화되면 주권이 존속하고 신앙의 자유가 있겠는가, 이러한 때에 전시작통권 환수를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의 강연이 이어지는 동안 등 뒤에 ‘재향군인회’라고 쓰여진 조끼를 입은 전직 대위 출신의 김모(75, 쌍문동)씨는 “전시작통권 환수를 지금 논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100% 우리가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다른 여느 국가들과 다르게 북한과 휴전상태에 놓여있는 분단국가”라며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려는 노 대통령은 빨갱이가 틀림없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는 김정일에게 대한민국을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교사였다는 정두형(87, 신길동)씨는 ‘우리가 언제까지 뒷걸음질치는 나라를 붙들고 시간 낭비해야 하느냐”며 “사학에 종교교육의 자유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종교의 자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학교에 파견된 관선이사들로 인해 학교의 건학이념을 파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지 되묻고 싶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조용기 회장은 “전교조는 참교육을 외치며 어린 학생들에게 맥아더 장군을 전쟁 범죄자로 몰아세우고 북한의 선군 정치를 찬양하고 6.25 전쟁을 남침이 아닌 북침으로 가르치고 있다”며 “친북이념 교육의 전위대이자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전교조의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전교조의 반 국가적 운동을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마치고 향군 시도지회장 11명은 삭발식을 갖고 전시작통권 단독행사 유보를 촉구했으며 참가자들은 “전시작통권 논의 중단∙한미동맹 강화”, ‘사학악법 재개정’ ‘민주주의 지켜내고 시장경제 살려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역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한국은행 앞에서 자진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