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 사설 '국민에게 불손(不遜)한 걸 용기로 아는 청와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문화부차관이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해 경질됐다는 의혹을 다룬 25일의 국회 운영위원회는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 그것은 의혹 규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금 청와대 사람들의 정신상태와 자세 그리고 그 바닥에 깔린 인간적 자질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야당 의원이 “아리랑TV 부사장 인사를 부탁하는 게 당신 업무냐”고 묻자 “당신이란 표현은 쓰지 말라”고 되받았다. “당신의 업무냐”라는 물음의 본질은 외면하고 ‘당신’ 부분만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그는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청문회 하자는 말을 했느냐”는 질의엔 “그건 발언이 아니고 글이었다. 질의를 정확히 해달라”고 했다. 이 역시 “청문회 하자고 했느냐”라는 질문의 본질 대신 엉뚱한 트집을 잡고 나온 것이다. 그는 대통령의 연정 제의를 거부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책임감과 역사의식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방한 글이 “(비서관의) 본분을 망각한 오만 방자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본분을 넘어서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국회 답변이란 본래 눈 앞의 국회의원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의혹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해명하는 것이다. 국회의 자리가 그런 자리라는 걸 아는 공직자의 바른 자세는 겸손이다. 그러나 이날 그 비서관은 국회를 싸움박질하는 자리로 알고 나온 자세가 역력했다. 그가 내보인 것은 ‘국회에서 져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국민에게 몰려서는 안 된다는 오기와 불손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금의 청와대 정신상태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비서관의 윗사람들인 비서실장과 홍보수석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여당 의원까지 이런 비서관의 행태를 보고 “청와대 보좌진들은 왜 그렇게 거칠고 권위적이냐”고 한탄했을 정도였다. 전 문화부차관은 인사 부탁을 거절한 자신에게 “배 째라는 말씀이시죠”라는 말을 한 사람으로 그 비서관을 지목했었다. 본인은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회에서의 행동거지를 지켜본 국민에겐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해졌다. 국민에게 불손해야 소신있고 용기있는 걸로 치부되는 지금의 청와대 분위기가 낳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