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해병대 예비역 장군 단체인 성우회 등 군 원로들이 노무현 정권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 올랐다. 22일 한나라당 지도부를 찾은 군 원로들은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작통권 환수 반대에 한나라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을 촉구했다. 원로들은 한나라당에 ▲국회동의 ▲국민설득 ▲한나라당 지도부의 노무현 대통령 면담 ▲미국 특사파견 등을 요구했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8명의 전 국방장관과 김상태 성우회장,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등 군 원로 11명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찾았다.

    강 대표를 만난 군 원로들은 한시간 동안 작통권 환수시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작통권 환수를 '주권되찾기'로 주장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맹비난을 쏟았다. 김상태 성우회회장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미연합사체제를 통째로 흔들려는 저의가 어디 있는지 답답하다"고 개탄한 뒤 "한미연합사령부는 가장 확실한 전쟁보험가입"이라며 "작통권은 자주주권과는 전혀 무관하고 전시에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수단이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한미관계를 걱정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갔다와 6.15남북공동선언을 했을 때 부터였다"며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다녀온 다음 주적개념을 없애겠다고 해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뒤 "미국은 북한을 적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동포라 생각하고 한민족으로 도와줘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니 근본적으로 시각차가 나는 것이고 이런 시각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북한에 핵문제나 미사일 문제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북한 편을 들고 중공편을 들고 있다. 우리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사사건건 반미적으로 나온다"며 "작년 10월 국군의 날 행사에서 노 대통령이 작통권을 환수해야겠다 했는데 이는 날벼락이 떨어지는 소리로 (작통권 환수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와해까지 갈 수 있는 문제로 이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맨날 주한미군 나가라 해도 미국이 안나가니까 한국정부를 시켜 작통권 환수를 하면 미군이 쓸모 없어지니까 나갈테고 결국 적화통일의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놓은 나라인데…"라고 개탄했다.

    김 전 장관은 "전쟁때 더운 여름에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사선을 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계시는 동안 우리나라를 한 번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온갖 고생해 단시간 내에 이 나라를 만들었는데 김정일에게 내주자니 뼈가 아프다"며 " 후손들에게 멋진나라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작년 10월 1일 노 대통령 얘기를 들으니 앞날이 캄캄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역대 국방장관들이 다 모여 의견을 들어봤더니 전원이 다 똑같은 목소리로 절대 환수하면 안된다고 하더라.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을 했던 조영길 전 국방장관도 절대하면 안된다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천용택 장관도 바보스런 짓이라고 했다"며 "우리가 오죽하면 이 더위 속에서 서울역 광장 바닥에 군복입고 온 몸이 다 젖도록 군복을 입고 앉아있겠냐"고 한숨을 내쉰 뒤 "우리는 출세할 욕심도 권력욕도 없다. 후손들에게 오로지 좋은 나라를 물려주려는 욕심밖에 없다. 그러나 이대로는 김정일이 서울에 입성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종구 전 국방장관도 "전쟁이 나면 사전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연합사가 아니고는 대처할 수가 없다"며 "최신 장비로 갖춰진 현대전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북의 대량살상무기로 남한은 초토화가 된다. 전쟁에서 이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초토화되고 재기불능한 나라가 무슨 가치가 있느냐"며 "예방과 억제가 중요하고 그래서 연합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세직 재향군인회장도 "나라가 망하는데 여야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환수 반대에)동감하는 사람은 여야를 떠나 '자주'라는 북한의 선전에 현혹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미 국방부에선 상당히 분노하고 있고 최근 미사일 사태 이후 미 국방부의 젊은 실무자들은 격분하고 있다"며 "이런 속에서 작통권 환수가 감정문제로 비약돼 결정된다면 큰 손실이다. 한 정치지도자로 인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은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처리하지 못하면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노인들이 맨날 서울역에서 데모해야 하느냐"고 꾸짖은 뒤 "이 문제는 의원들이 해결해야 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배지 달고 있을 필요도 없다. 국회해산하고 새 국회를 구성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이기백 전 국방장관 역시 "현재 10%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정당이 국민을 기만하면서 국가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로 횡포를 하고 있는데 절대적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이 뭐하고 있는 거냐"며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하고 있느냐. 적극적으로 저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도 "역대 국방장관들이 문제를 일으켰으니까 여기까지 왔지, 우리가 모임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여론에 부각시키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은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중대한 국방정책의 핵심인데 왜 거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 여러 면에서 서운하다"고 말했다.

    군 원로들의 질책과 요구에 강 대표는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원로들께서 직접 나서게 해 송구스럽다"고 말한 뒤 "노무현 대통령 만나서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거부당했고 신문들도 잘 보도를 해주지 않는다"며 "그러나 복안을 갖고 있고 미국과 내부창구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생각과 원로분들의 생각이 똑같다"며 "한나라당이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리고 원로분들께서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죄송하다"며 "앞으로 집회에 저희들도 많이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모임엔 김성은, 노재현 이상훈 이기백 이종구 김동진 전 국방장관과,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김상태 성우회회장,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