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용서' 발언의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정국타개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북한 김정일의 답방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하에 대북, 외교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이종석 통일부총리가 지난 2001년 작성한 '제 2차 남북정상회담추진방안' 내용이 노 대통령의 '북한 용서'발언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부총리는 세종연구소 소속이던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펴낸 '안보정책 논총(2001년 12월)'에서 김정일 답방을 위한 회담추진전략을 설명하면서 "원활한 회담 추진을 위한 사전 정비작업으로 '사과요구론'의 제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김정일이 사과하지 않겠다면 답방을 거부할 것인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역사청산 방식 모색이 바람직하다"는 사과요구 여론을 무마할 정부의 대응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김정일의 답방이 남북간 긴장완화와 미래의 공동번영, 평화통일을 위해 오는 것이라는 목적을 인식시켜야하며, 여기에 '사과'는 '받으면 바람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또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당국자간 대화 제도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경협 활성화,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대화 제도화 등의 합의가 달성될 경우 "남북관계 관련 법령제정 및 국가보안법 개정 등의 여건, 그리고 대북지원 여론 동향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석 "김정일 답방위해 '사과요구론' 제어해야…용서, 화해, 역사청산 모색"
    노무현 경축사 "용서하고 화해 협력의 길로…역사의 평가로 돌리자"


    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과 넓은 마음과 긴 시야로 지난날을 용서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해방 후 정부수립과정에서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자 했던 통합주의 노선은 좌절되고 말았지만, 우리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일깨워 분열을 막고자 했던 노력은 재평가되어야한다"면서 "과거 역사의 과오에서 비롯된, 정통성 시비나 자격 시비도 이제 역사의 평가로 돌리고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가 김대중 정권말에 김정일 답방을 위해 제시했던 '용서·화해·역사청산'이라는 키워드가 동일하게 적용됐다.

    이 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으며, 이후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 2003년 1월에는 노무현 당선자측 대표 신분으로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에 동행, 노 당선자가 김정일을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한 바 있다.

    한편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북한의 소식통을 인용해 '개천절을 전후한 남북정상회담 평양 개최설'을 거론했으며, 강창일 의원은 현 정권 하에서의 정상회담 조기개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제주도 개최'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