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북한의 ‘미사일 난사(亂射)’를 놓고 일본을 비판의 주적(主敵)으로 삼고 있는가. ‘반일 민족주의자’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반일 민족주의자였다는 족적은 단 하나도 없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는…”이라고 할 만큼 일본에 대한 식견도 부족했다.

    우리 국민은 한·미·일 공조체제 확립을 통한 북한 도발 억제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반일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정치적 배경도 일단 민족감정을 빼고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현실 정치인인 노 대통령이 지금 자신의 지지도 추락 때문에 고군분투해야 할 절박한 정치적 상황임을 떠올리면 왜 노 대통령이 친북노선에 반일노선을 강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오게 된다. 일본을 맹비난해 자신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미로 재미 좀 봤다”는 식의 역발상처럼.

    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비뚤어진 비판’이 결코 아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 곡선을 추적해보면 그의 지지도 상승과 ‘일본 흥행’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일본인들이 아니라 우리의 입을 통해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결과는 17.7%. 북한의 미사일 발사(5일) 뒤 청와대의 대일 비판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다. 그런데 대일비판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14.1%. 7,8일 실시한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도가 7.2%. 이같은 지지도 상승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특별히 여론으로부터 점수를 딸 수 있는 일을 했는가. 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독도 파문 때 대일강경 선언을 계기로 그 때만해도 20%대였던 자신의 지지도를 50%대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의 지지도 상승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일 앞에서는 맹목적으로 단결하는 여론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 지지도의 ‘끈’을 잡고 있는 쪽은 일본이 되어 버렸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넘어가버렸다. 누구를 겨냥하지도 않은 정치적 사건이라고 북한을 거들었다. 왜 그럴까? 원래 ‘좌파 대통령’이기 때문에? 남북협력과 민족화해를 위해서? 자신의 표현대로 김구 선생을 존경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좌파·친북·반미 세력에 의한 노 정권 지원을 놓치지않기 위해서다. “선군정치의 덕을 남측이 보고 있다”는 북측 주장을 노 정권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들마저 노 정권과 결별하면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자릿수가 되기도 어렵다. 친노 시민단체에 국가예산을 퍼주지 않을 수 없다. 기회주의적 친노세력들의 이탈. 측근들을 돌려막기 식으로 인사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는 1992년 실정으로 지지율이 12%로 떨어지자 사임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정권유지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10%대 지지도가 공개돼도 정상적인 국민 사이에서 ‘어, 이상하다. 내 주변에선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라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것은 노 대통령의 지지층이 평택, 광주의 친북·반미시위 때나 볼 수 있는 맹목적인 좌파·친북·반미 세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노 대통령보다 국민이다. 맹목적인 좌파·친북·반미 국민이 비록 소수이긴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 수준이 도대체 어떻기에.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그토록 수모를 당하고서도 또 8·15 평양축전에 달려가고, 반미·반일 장사에 매료되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노 대통령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반미 좀 하면 어때?” “우리 민족끼리” “일본의 침략을 막아낼 국방력은 있다”는 등의 말초적인 ‘반미·친북·반일 흥행’이 국민 여론에 먹혀들어 지지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는가. “대통령을 못해 먹겠다” “권력을 통째로 넘겨주겠다”고 말하는 대통령. 그를 뽑은 최종적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대한민국의 최대 걱정거리는 태풍과 대통령”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대통령까지 뽑아놓지 않았는가. ‘17% 대통령’의 현실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자화상인 것이다.[윤창중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