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가 이달 말, 늦어도 9월 정기국회를 전후로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천 장관 복귀 이후 여당 내부 역학 관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여권 내에서 급속히 일고 있는 ‘제3의 대선 후보론’과 맞물려 천 장관의 복귀로 기존 정동영·김근태 양대 계파 중심의 역학구도에 지각변동이 초래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천 장관이 여권 내 ‘제3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데다가, 열린당 창당의 주역인 만큼 당내 입지도 견고하다는 이유에서다.

    당 안팎에서는 우선 열린당 창당 당시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관계를 감안, 천 장관 복귀 이후 정동영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전 의장의 빈자리를 천 장관이 접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천 장관을 계파색으로 분류한다면 ‘개혁 내 실용’으로 부를 수 있다”면서 “정 전 의장과 노선 차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천 장관의 색깔이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노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을 감안할때 천 장관을 구심점으로 정 전 의장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전 의장이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떠난 직후, 세력판도에서 다소 움찔했던 정 전 의장계 의원들이 천 장관을 구심점으로 급속한 단결력을 보일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잇따른 선거 참패 이후 당 노선 재정비 등 변화 주문에 대한 명분 측면에서도 천 장관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당 안팎의 판단이다. 

    또 더불어 천 장관이 차기 여권 대선 주자로서의 경쟁력에서도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 실린다. 천 장관은 목포 출신이지만, 호남색이 덜하고 여당 내 타 대선 주자들보다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향후 대선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자체 조사에서도 여당 내 타 주자들보다 영남에서 의외로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는 당내 일각의 전언도 있다.

    특히 천 장관은 이미 지난해부터 여의도 주변에 사실상의 대선준비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연구소를 가동해 왔던 만큼, 천 장관이 자신의 당 복귀 의지를 피력한 자체부터가 당내 세규합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호남 출신 의원들과 정 전 의장계 의원들이 대상이었다는 관측이다. 당초 5·3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호남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천 장관의 복귀가 조기 대선 경쟁구도를 형성해 뜻하지 않은 세대결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과, 현실적으로 천 장관이 복귀하더라도 별다른 역할이 없을 것이라는 점 등에서는 별로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기류를 감안한 듯 천 장관도 당초 지방선거 직후 복귀해 위기 수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혁신위원장직을 신설해 맡는 방안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도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일단 천 장관이 복귀하더라도 당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보다는 조용한 물밑 작업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천 장관이 원내대표 시절 가까웠던 의원 모임인 ‘17인회’가 중심이 돼 그 역할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천 장관의 복귀에 대해 “하반기 특별한 일이 없는데 (법무부 장관)자리를 지키는 것 보다 복귀해서 하고싶은 일도 하고 정치권의 변화 상황에 미리 준비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면서 “열린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는데 당이 어려울 때 뒷짐지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이제부터가 천 장관의 본격적 대선 행보의 시작임을 시사했다. 이는 복귀 이후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 방향과 본격적 대선 행보 수순이 결정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천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도 적지 않다. 확실한 자기조직이 없다는 점과 ‘천·신·정’ 관계도 창당 초기 같은 모습이 아닌 만큼, 전적인 협조관계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강금실 진대제 전 장관의 행보에서 나타났듯이 당과 거리를 둘 때는 비교적 참신하게 보이던 이미지가 당의 타이틀을 다는 순간 급속히 정체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도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