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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안팎에서 ‘제3의 대선 후보론’이 부상하고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 당내·외 인사 등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 기존의 후보로는 내년 대선 ‘필패(必敗)’가 불 보듯 뻔하다는게 ‘제3후보론’ 부상의 직접적 이유지만, 거론되는 이들이 실제로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때문에 ‘제3후보론’은 역으로, 현재의 열린당을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을 하거나 당의 간판을 바꾸는, 또는 여당발(發) 정계개편의 명분과 계기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중적이고 참신한, 경쟁력 있는 후보인 이들을 여당으로 끌어들일 유인책을 만들려면 당을 어떻게든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핵심 의원의 측근은 “지금 당 상황을 볼 때 (제3후보로 거론되는) 어느 누가 열린당 타이틀을 내걸려고 하겠느냐”면서 “‘제3후보론’ 운운은 현재로선 그런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적 성격"이라고 했다. 따라서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3후보론’은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적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열린당 색깔빼기 작업이 선행돼야 이들의 영입 유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3후보론’은 당내 구심점을 약화시키고 외부로의 원심력을 가중시키는 만큼, 자연히 대선 승리라는 명제 아래 외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열린당으로는 안된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당의 근본적인 변화, 곧 당 간판 바꾸기 내지는 정계개편 등을 요구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여당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급속히 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고 전 총리가 대선을 위한 꾸준한 행보는 보이면서도 열린당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관망하고 있는 점이나 19일 퇴임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여권 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손사레를 치는 모습 등이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열린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전에는 때가 아니라고 여길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일단 어떤 식으로든 열린당의 색깔 빼기 작업이 선행된 연후에라야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정치권 진입을 조심스레 언급하면서 “조순 전 서울시장 등 지인을 중심으로 ‘정운찬 대통령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합리적인 중도성향 이미지 등을 보여주고 있는 정 전 총장이 열린당과 거리를 두면 둘수록, 경쟁력은 배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열린당이 아닌 여당 타이틀을 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아울러 참신한 시민사회 세력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지닌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가 ‘제3후보’로 운위되고 있는 점도 여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열린당으로는 안된다’는 판단하에 정계개편 등 외부세력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을 전제로 한 카드가 ‘박원순’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천정배 법무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당내 인사들도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은 나름의 셈법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들이 현재 당 복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천정배 장관의 경우 당초 지방선거 직후 당 복귀 수순을 밟았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당 일각에서는 “천 장관은 복귀 수순으로, 지방선거 참패 이후의 위기 수습이란 명분을 내세워 혁신위원회 신설을 언급하면서 복귀와 함께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에 헌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었다. 결국 이들의 복귀 명분은 당의 근본적인 변화 요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이미 5․31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강금실 진대제 전 장관도 이미 정치재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는 만큼, 내년 대선을 감안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계개편 등 정치권의 소용돌이 대체로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 초가 당 복귀 시점이 될 것이라는게 당 안팎의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