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여야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열린우리당을 곤혹스럽게 한 노무현 대통령의 ‘사립학교법 양보 발언’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당시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 대통령의 ‘양보 발언’을 이끈 주인공으로 지목되면서 진땀을 뺐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벼르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4월 여야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이 있기 전 김 후보자가 노 대통령에게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전했는지 매섭게 추궁했다. 이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한다면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하는 한나라당에 힘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 내에서도 ‘탐탁지 않아’하고 있는 김 후보자가 노 대통령에게 ‘양보 발언’을 ‘조언’한 것으로 밝혀지면 인사청문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도 이를 고려한 듯 즉답을 피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대통령이 국정 현안이었던 정책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때 참모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결국 김 전 정책실장의 의견을 들었고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학법을 재개정해 주라고 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부분인데 꼭 말씀드려야 하느냐. 구체적으로 밝히기 그렇다”며 “여당과 야당 지도부 입장을 전하기는 했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군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사학법에 대한 의견을 나타냈을 때 당시 정책실장이던 김 후보자가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입장을 말했느냐”며 “어떤 내용으로 말했느냐.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했느냐”고 거듭 물었다.

    김 후보자는 “입장을 말하기는 했지만 강하게 이야기 한 적 없기 때문에…” “꼭 답변을 해야 하느냐.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등 곤혹스러워했다. 이 의원이 “교육부 수장으로서 적합한지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사학법을 재개정 하라고 했는지 하지 말라고 했는지, 어떤 의견을 어떻게 냈는지 밝히라는 것이다”고 다시 물어 붙이자 김 후보자는 “재개정 부분은 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드렸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국회에서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김 후보자의 개인 입장을 다시 물었다. 그는 “김 후보자는 개정된 사학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며 “유치원장의 임기까지 최대 8년으로 제한하고 문제있는 학교에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생 등록금을 교비로 마음껏 주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가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하자 이 의원은 “교육부총리 취임을 승인하는 청문회 자리에 검토하고 왔어야지 이제 와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 옳은 자세냐”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