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정 단계에서부터 ‘코드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 조차 반발 움직임이 일었던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예고됐던 대로 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시대와 세계적 조류에 거꾸로 가는 노무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김 후보자가 더욱 강하게 고집하는 것 아니냐. 학자적 양심을 가지고 지금이라도 물러나길 바란다”(이주호 의원) “교육관련 단체, 학부모 언론 정치권 등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거부 반응이 높다. 장관 자리를 고사했어야 했다”(김영숙 의원) 등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초 국회 교육위 소속 여당 의원들 절반가량이 김 후보자에 대한 ‘유보’ 입장을 밝힐 정도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됐던 것과는 달리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엄호에 적극적이었다. 마치 인사청문회 주인공인 김 후보자는 빠진 채 한나라당의 공격을 열린우리당이 방어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여당 내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김병준 띄우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병적기록표와 두 자녀의 외교 진학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공방이 오고갔다. 한나라당의 의혹을 제기하면 다음 질의 순서자인 열린당 의원들이 적극 나서 해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나라 병역기록부 의혹 제기에 열린당 나서 “원본 망실됐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 56%가 민심을 외면한 코드 인사라고 반대했으며 국정기조 유지를 위한 인사였다는 의견은 14.5%에 그쳤다”며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심했으며 여당 지도부 한 의원은 청와대에 부적격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교육부총리에 김 전 실장을 임명한 데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가르치는 죄가 크다는 고사가 있다”며 “교육부 수장으로서 가르치는 사람을 감독하고 지도하는 입장인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사람이 간다는 것은 국민에게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주 의원은 이어 김 후보자의 병적 기록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후보자 병적기록표를 조사해 보니 정상적인 양식으로 작성돼 있지도 않고 학력도 중졸로 돼 있다”며 “양식들이 국가에서 정한 법적 양식이 아니고 신체등급은 3등급을 받아 현역대상인데도 방위병(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를 마쳤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의 병적기록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다음 질의자인 열린당 유기홍 의원이 나서서 해명했다. 유 의원은 “제출된 병적기록부에 중졸로 기재돼 있는 것을 보고 병무청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검토해 봤다”며 “결론적으로 당시 병적기록부 원본이 훼손되거나 망실돼 추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병무청으로부터 1974년이나 1975년 무렵이면 병적기록부가 종이로 돼 있어 이동하는 과정에 망실됐던 사례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이런 유사 사례를 5건 정도 더 봤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방위로 근무하게 된 것에 대해 “대학 3학년 재학시절 네번째와 다섯번째 손가락을 잘렸다”며 “당시 네번째 손가락은 봉합했지만 불안정한 상태로 봉합됐고 다섯 번째 손가락은 현재도 잘린 상태로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 “자녀 외고 특례 입학, 불법 조기 유학” vs 열린당 “불법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어 김 후보자의 두 자녀가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닌 점을 지적하며 ‘외고 지역지원 제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모순을 지적했다. 정문헌 의원은 김 후보자의 두 자녀가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한 과정에 대한 특혜 의혹과 김 후보자가 두 자녀를 불법 조기 유학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해보니 첫딸이 특례 입학했다고 하더라. 외고 특례입학 대상은 6개월 이상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거주하면서 학교에 다닌 학생이다”며 “김 후보자 자녀는 6개월 이상 해외에 거주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들어갔느냐”고 따졌다. 또한 “김 후보자의 출입국 기록도 가지고 있는데 두 자녀의 출국목적이 관광시찰로 돼 있는데 학교를 다녔다”며 “관광비자로 불법·탈법 조기유학을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음 질의자인 열린당 최재성 의원이 적극 나서 김 후보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줬다. 최 의원은 “외고 입학 유형에는 일반 전형과 특별 전형, 특례 입학이 있다”며 세 가지 유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김 후보자의 첫딸은 어느 케이스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특례 입학은 2년 이상 해외 거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례를 아니고 귀국자 자녀 편입으로 입학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귀국자 자녀 편입은) 특례 입학과는 다른 케이스고 합법적으로 인정된다”고 강조한 뒤 자신의 질의 시간을 쪼개 김 후보자가 불법 조기유학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수 있도록 했다. 김 후보자는 “부모가 교환 교수로 갔을 경우 별도로 유학 비자를 얻지 않고 동거인으로 따라가서 학교를 다닌다”며 “혼자 유학을 갔을 경우에만 유학 비자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또다시 김 후보자 자녀의 외고 진학에 대해 “특별한 케이스”라며 “김 후보자도 새롭게 등장한 명문고인 외고에 자녀를 보내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따지자 열린당 이은영 의원이 엄호했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 둘째딸은 일본에서도 매우 어렵다고 평가되는 자격증(일본어능력시험 JPT 1급)을 가지고 있다”며 “외고는 입학하기는 어려워도 중간에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아 편입이 수월하다. 해외에 체류했던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와 편입하기 용이하다. 두 자녀의 외교 편입은 문제없다”고 두둔했다.

    ‘김병준 띄우기’ 나선 열린당 정봉주

    대부분의 열린당 의원이 질의 시간을 쪼개서 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 해명에 나섰다면 정봉주 의원은 좀 더 적극적으로 ‘김병준 띄우기’에 나섰다. 김 후보자 내정 단계에서부터 찬성 입장을 보였던 정 의원은 역대 교육부총리 48명의 재임 기간 등을 분석한 대한민국 장관론에 관한 한 논문을 도표로 정리해 와 “언론이나 야당에서 요구하는 학자·전문가형 교육부총리의 재임 기간은 6개월 밖에 안됐지만 정치인 출신은 21개월에서 17개월 정도였다”며 “교육부총리의 주요 덕목으로 갈등조정 능력과 추진력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교육부총리는 이해찬 전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 후보자의 경력을 강조한 뒤 “교육부는 온갖 이해 집단이 얽혀 있다. 정책실장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능력이었다”며 “갈등을 조정하고 난 뒤 그것을 현실에 반영하는 추진력은 과하다는 것이 (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평가다. 추진력은 적절하게 발휘해 달라”고 아부성 주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