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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내부 진통을 야기한 한나라당 7·11전당대회가 원내사령탑을 뽑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사립학교법 무효 투쟁이라는 이슈가 있었던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과 달리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당 대표 경선에 묻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심(朴心)’을 등에 업은 강재섭 의원의 대표 당선이 원내대표 경선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13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김형오·김무성 의원 모두 ‘친(親)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만큼 ‘이재오 vs 김무성’의 지난 원내대표 경선처럼 ‘박근혜 vs 이명박 대리전’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번 전대가 ‘박-이 대리전’으로 치러진 데 대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두 후보는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두 후보 중 친박(親朴) 색깔이 더 강한 김무성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강 대표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것이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부메랑이 돼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김 후보측은 “당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도 친박 인사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반박(反朴) 쪽에서 견제를 위해 전략적으로 김형오 의원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힘들어진다”고 걱정했다. 김무성 후보는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반면 김무성 후보에 비해 친박 이미지가 약한 김형오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두 후보의 미묘한 차이는 12일 당내 초선의원 모임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자 정견 발표회’에서도 드러났다. 김무성 후보는 이경재 의원을, 김형오 후보는 전재희 의원을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각각 정했다. 이날 정견발표회에는 30여명의 의원만 참석했으며 별다른 논쟁 없이 싱겁게 끝났다.
김무성 “어떤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당 화합을 위해 온몸 던지겠다”
김무성 후보는 대리전으로 흐른 이번 전대에 대해 “유력한 대권주자가 대리전으로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현실로 나타나게 돼 아쉽다”며 “한편 생각을 달리해보면 모든 선거라는 게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그 후유증을 빨리 씻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갈등과 후유증을 씻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나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오랜 정치경험을 쏟아 부어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 최선봉에 서겠다는 생각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욕을 가졌지만 대리전으로 가면 당에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생각을 접었다”며 원내대표가 돼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당헌·당규 대표최고위원 자문기관 및 보좌기관 규정을 보면 대선 후보 등록 전에도 유력 대권주자들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해 당무 참여를 가능하도록 했다”며 “유력 주자들을 조기에 상임고문으로 위촉해야 후유증을 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되면 어떤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당 화합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며 “소장·중진 등 계파별 대화부족에서 오는 문제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또한 “대선 후보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선출되면 곧바로 대선 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며 “대선 고지를 밟을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대선에서 누가 되느냐보다 '우리'가 되는 것이 제1가치관이다. 모두 감정을 절제하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형오 “배도 한쪽으로 기울면 좌초, 탕평책으로 균형잡겠다”
김무성 후보에 비해 김형오 후보는 이번 전대에 대한 평가에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 김형오 후보는 “이번 전대는 인신공격과 줄세우기, 대리전 등 구태가 재연됐다. 내부 균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우경화 경향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려는 진지한 토의나 토론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는 당을 화합하고 결속시킬 수 있는 원내대표가 나와야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제시하는 원내대표, 정권교체에 사심없이 온몸을 던질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원내대표 경선이 또다시 대리전이 되면 끝장이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이다.
그는 “대선 후보에 대한 공정한 관리와 투명성이 확보·담보되도록 하겠다”며 “원내에서만큼은 줄 대기, 줄세우기, 대리전을 용납하지 않겠다. 줄 대기하고 줄 세우기 할 시간에 정책을 연구하고 집권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온몸을 던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년 6개월 남은 대선을 향해 이제 막 항해를 시작했다. 대선 후보들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나는 박근혜·이명박·손학규와 함께 고민하고 일한 경험이 있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흔들리지 않고 철저하게 집권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도 한쪽으로 기울면 좌초한다. 균형을 잡겠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당을 하나로 결속시키겠다”며 “화합해야 힘이 생긴다. 탕평책을 쓰겠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안택수-최병국 후보조는 이날 “한나라당의 화합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원대대표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