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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 반발기류가 노출되면서 지방선거 참패 직후 심각한 균열 양상을 보여 왔던 당·청간 관계가 다시 시험대를 맞고 있다. 특히 이런 당내 기류와 무관하게 노무현 대통령은 김 전 실장 카드 강행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살얼음 판 위를 걸어오던 당·청 관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복이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당·청 관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 소속 의원들의 개별 의견피력 자제를 요청하면서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근태 의장은 3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결정하시면 그 결정에 최선을 다해서 협력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에 모아지고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전 실장 카드가 부적절하다는 당내 의견은 알겠지만 어디까지만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인 만큼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부 반발 기류 뿐 아니라 한나라당 등의 야당의 개각 관련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만찬간담회에서 ‘민심코드’를 통해 가까스로 당·청간 관계 복원 조짐을 이뤘는데, 이번 김 전 실장 사태로 당·청 관계가 다시 뒤틀리는 경우에는 여권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 수습이 급선무인 김 의장의 입장에서도 당·청 갈등은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 자칫 당 전체가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면서 오히려 위기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위기 수습은 커녕, 고건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등 분당움직임이 더욱 노골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열린당 지도부가 일단 당내 개각 반발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지만 당내 분위기는 김 전 실장 카드 강행을 계기로 ‘당·청간 이견이 좁혀질 수 없음을 확신했다’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당·청 관계가 간신히 생명을 유지해 왔지만 곪을 대로 곪아버려 근본적인 불신이 깊게 깔려 있는 만큼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폭발 시기가 문제인데, 이번 사태가 발단이 돼 오는 7·26 재보선을 통해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지방선거를 통해 열린당은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이다. 7월 선거가 고비다. 그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변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병준 카드'를 놓고서도 ‘현 지도부가 당·청 관계 봉합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이번 사태가 향후 심상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청와대 만찬간담회 직후, 당의 공식적인 분위기는 당·청 갈등이 봉합수순으로 접어든 것처럼 전해졌지만, 한 핵심 의원의 측근은 이번 만찬을 계기로 "지금 (노 대통령에게) ‘맞짱’ 뜰 사람은 없지만 ‘반기’들 사람은 상당수 늘어날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또 노 대통령이 간담회 당시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과 열린당 주도의 정계개편 운운한 것을 놓고서도 ‘노 대통령이 언제부터 당을 그렇게 애지중지 했느냐’는 말도 나돌았다. 당시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우리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방선거 참패를 통해 나온 결과가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의 현실인식 능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었다.





